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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트랜드] 몸뻬에서 여학생 바지까지 교복 12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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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의 역사는 서양식 학교가 처음 설립된 시기와 맞물린다. 1886년 4명의 학생만으로 이화학당을 창설한 메리 스크랜턴 부인은 서양인인 자신을 두려워하는 소녀들에게 우선 맛있는 과자를 주어 안심시키고, 침모를 불러 서둘러 새 옷을 지어 입히도록 했다.

새 옷은 붉은 무명 천의 치마 저고리였는데, 사람들은 이 교복을 입은 이화학당 소녀들을 '홍둥이'라 불렀다. 놀림 탓인지 이화학당 교복은 곧 흰 저고리에 검정 치마로 바뀌었고, 소풍 등을 갈 때는 교복 위에 쓰개치마를 쓰고 다녔다.

일제 시대 들어 교복 착용은 일반화됐다. 특히 태평양 전쟁이 한창이던 1940년대엔 전투 태세를 갖춘 제복 형태였다. 여학생들은 '몸뻬'라는 작업복 바지에 블라우스를 입었고, 남학생은 국방색 교복을 입어야 했다.

70년대엔 평준화 시책이 실시되면서 학교의 특성을 없앤 획일화된 교복을 입게 된다(左). 단추.모자는 물론 머리 모양까지 제한한다. 졸업식장에서 교복과 교모에 밀가루를 칠해 칼로 찢는 것이 유행처럼 번진 것은 이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로 해석됐다.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면서 일제 잔재 청산이라는 기치 아래 교복 자율화 조치가 실시되면서 교복은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학부모와 교육계의 요구에 따라 86년 교복은 부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의 경향은 ▶여학생도 바지 교복(右)을 입을 수 있고▶맞춤이 아닌 기성복 형태를 띠며▶학생 투표로 교복 스타일이 결정되고▶전통 스타일을 살리는 디자인까지 등장하고 있다.

최민우 기자

도움말=숙명여대 의류학과 채금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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