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씨 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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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엄마 사랑해.

내가 꼭 지켜줄 거야. 일이 너무나 하고 싶었어.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게 돼버렸는데.

인정하지 못하는 주위 사람들에게… 내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 힘듦을 알겠어… 엄마 생각하면 살아야 하지만 살아도 사는 게 아니야.

내가 꼭 지켜줄 거야. 늘 옆에서 꼭 지켜줄 거야. 누구도 원망하고 싶지 않았어. 혼자 버티고 이겨보려 했는데… 안돼… 감정도 없고… 내가 아니니까.

일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었어. 만날 기도했는데 무모한 바람이었지 일년 전이면 원래 나처럼 살 수 있는데 말이야. 아빠 얼굴을 그저께 봐서 다행이야. 돈이 다 아니지만 돈 때문에 참 힘든 세상이야.

나도 돈이 싫어. 하나뿐인 오빠, 나보다 훨씬 잘났는데 사랑을 못 받아서 미안해.

나 때문에 오빠 서운한 적 많았을 거야. 가고 싶은 곳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먹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가족끼리 한 집에서 살면서-

10년 뒤쯤이면 아니,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다 해보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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