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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교량 위치 놓고 대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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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금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전북 군산시와 충남 서천군이 금강에 건설될 다리의 위치를 놓고 2년째 대립하고 있다.

두 시.군은 당초 공동 발전을 위해 교량 건설을 추진했으나 지금은 자기 지역 발전에 유리한 지점에 다리를 놓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금강 교량 건설사업이 처음 제기된 것은 2002년 10월 군산시 군장서미트호텔에서 열린 제1회 충남.전북 교류협력회의 때. 교류협력회의는 금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충남도 및 서천.부여.논산.금산과 전북도 및 군산.익산.완주.진안.무주 등 총 11개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장이 만나 현안을 협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회의에서 군산시와 서천군은 지역경제를 살리고 지역간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국도 77호선을 잇는 군장대교 건설을 공동 추진키로 합의했다. 2003년부터 2009년까지 3090억원을 들여 군산지방산업단지(소룡동)에서 장항산업단지까지 2.5㎞를 연결하자는 것이었다.

장항산단은 정부가 당초 1990년부터 2002년까지 장항 앞 바다 374만평을 매립해 조성할 예정이었으나 예산 부족 등으로 사업 추진이 거의 안된 상태이다. 충남도는 장항산단을 2009년까지 조성할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군산시는 2003년 해망동 도선장과 서천군 장항읍 원수리 국도 4호선을 잇는 다리(1.1㎞)를 건설해 줄 것을 건교부에 건의했다. 위치는 당초 서천군과 합의한 국도 77호선 군장대교보다 금강 상류 쪽으로 5㎞ 가량 거슬러 올라간 지점이다.

황찬묵 군산시 도시계획과장은 "기존 국도 4호선을 이어 다리가 건설되면 공사비가 군장대교보다 2000억 정도 적게 들 뿐만 아니라 군산산단 물동량 수송도 더 원활해진다"고 주장했다.

군산시는 이 다리가 건설되면 군산산단에서 생산된 연간 6만5000t의 화물 물류비를 30억원 가량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서천군은 "군산시 주장대로 다리가 놓이면 서천지역 상권은 시장 규모가 큰 군산으로 흡수돼 지역경제가 크게 위축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최창근 서천군 기획계장은 "국도 4호선 연결 교량은 장항산단 활성화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금강하구 철새도래지도 망가뜨릴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계획대로 군장대교를 건설해야 하며, 군산시의 요구대로 추진될 경우 집단시위를 벌여서라도 막겠다"고 말했다.

한편 건교부는 군산시와 서천군의 입장을 토대로 지난해 말부터 사업 타당성 조사를 하고 있으며 오는 6월 말 그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사업 타당성 조사 용역을 맡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김석영 연구원은 "두 지자체의 의견을 충분히 검토, 합리적인 건설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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