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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2년] 上. 자리잡은 실용노선 … 갈등은 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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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 2년 전엔 노무현 대통령의 2년은 파란과 곡절의 연속이었다. 권위주의를 해체하고 정경 유착의 고리를 끊는 노력의 뒤안길엔 이념 편향과 과잉 개혁 논란이 멈추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지난 2년은 효율을 중시하는 '실용'과 원칙을 중시하는 '개혁'의 충돌로 점철됐다. 믈론 초기엔 개혁의 완승이었다. 지금의 실용 노선은 지난해 5월과 11월 두 차례의 전환점을 통과하며 비로소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2월 12일 노 대통령은 자유총연맹 오찬에서 "대통령으로서 실용주의 노선을 중심에 놓고 개혁적 합리주의를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취임 후 첫 '실용 노선'에 대한 언급이었다. 하지만 이어진 탄핵 국면으로 진전이 없었다.

5월 14일 직무지 복귀를 전후해 중요한 고비가 있었다. 당시 노 대통령은 '김혁규 총리-이해찬 원내대표-강봉균 정책위의장' 카드를 마련했다고 실용파 의원들은 전했다.

그러나 이해찬 카드는 무산됐다. "힘이 있을 때 개혁해야 한다"며 원칙을 내세운 천정배 의원이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CEO(최고경영자)형 경남지사' 소리를 들었던 김혁규 총리 카드마저 야당의 반발에 좌절됐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6월 8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떨어진 이 의원을 총리로 발탁, 실용노선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생각을 보다 명확히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정 분리 체제에서의 열린우리당은 신기남 의장, 천정배 대표가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입법을 밀어붙이며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다. 정국은 대치국면으로 치달았다.

노 대통령의 실용노선은 지난해 후반기 해외순방을 계기로 보다 뚜렷해졌다. 11월 중순 남미순방이 전기였다. 노 대통령이 방문한 나라 가운데는 세계 7위 부국의 자리에서 채무불이행 국가로 추락한 아르헨티나도 있었다. 추락 이유가 기업인들의 해외 이윤 유출로 인한 국내 자본 축적의 실패 때문이라는 설명은 노 대통령으로 하여금 우리 기업들을 다시 보게 했다. 그는 이윤을 재투자해온 우리 기업들에 대해 찬사를 거듭하며 "기업이 곧 국가"라고 했다.

브라질에선 좌파 출신인 룰라 대통령이 취임 1년 만에 40여개국을 순방하며 세일즈 외교를 펼친 사례를 접했다. 이후 노 대통령은 "좌파냐 우파냐 한쪽으로 재단하는 것은 낡은 생각"이라며, "나는 우파 정책도 좌파 정책도 다 쓸 것"이라고 선언했다. 돌아온 그는 올 연두회견에서 '경제 올인'을 선언했다.

그럼에도 개혁과 실용의 다툼은 가라앉지 않았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공개적으로 연기금의 한국형 뉴딜정책 동원에 반대했다. 일격을 당한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당일 통음했다. 1가구 3주택 보유자 중과세 시행 연기를 놓고 이 부총리와 이정우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이 충돌했다. 이후 정가엔 이 부총리 경질설이 돌았다.

곡절 끝에 노 대통령은 12월 16일 김우식 비서실장을 통해 "달리는 말의 기수는 바꾸지 않는다"며 이 부총리를 유임시켰다.

아직도 청와대는 '정책기조가 변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윤태영 부속실장은 "집권 첫해는 여소야대와 대선자금 수사로 정쟁이 부각된 국면"이라며 "지난해 과반 여당과 분권형 국정운영이 정착되면서 정쟁에 가려 있던 실용주의 모습이 부각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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