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경계해역서 연락 끊긴 '발해의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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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10시20분쯤 해경 인청항공정보소(관제소)는 북한 평양 관제소로 직통전화를 걸었다. 동해상에서 연락이 끊긴 '발해 뗏목 탐사대'의 수색작업을 위해서다. 약 두 시간 만인 낮 12시10분쯤 북한은 수역 상공 진입 동의 의사를 남측에 알려왔다. 해경은 곧바로 항공기 챌린저호를 동해상 북한 수역 상공으로 발진시켰다.

이후 해경 관계자는 "수색에 나선 초계기가 21일 오후 4시18분쯤 독도에서 북쪽으로 242마일쯤 떨어진 러시아 수역에서 뗏목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초계기가 수차례 선회한 결과 뗏목의 돛이 접혔다 펴졌다를 반복하는 광경을 목격했다고 한다. 해경은 대기 중이던 헬기 탑재 구난함 삼봉호를 현지로 급파했다. 우리 측 연락을 받은 러시아 경비정도 접근 중이다.

옛 발해인의 기상을 재현하려는 탐험인들의 꿈이 또다시 좌초될 것인가.

탐험가 방의천(45)씨와 이형재(41.다큐영상 프로듀서).황기수(39.산악인).연정남(29.인명구조 강사)씨 등 네명이 뗏목에 몸을 싣고 러시아 포시에트항을 출발한 것은 18일 오후 3시50분쯤. 이들은 지난 13일 강원도 거진을 떠나 러시아로 갔다. 뗏목은 지름 80㎝ 이상의 통나무를 엮어 만든 폭 4.5m, 길이 11m 크기로 무게는 11t이다.

170t급 예인선 탐해호는 뗏목을 줄로 묶어 끌면서 포시에트항을 출발, 16시간 정도를 남쪽으로 항해해 북위 42도13분, 동경 131도34분 지점으로 갔다. 19일 오전 8시쯤 뗏목은 견인줄을 풀고 항해를 시작했다. 목표는 다음 달 중순 일본 니가타(新)현에 도착하는 것. 단독 항해다. 총 탐사 거리는 1255㎞. 그러나 물길은 험난했다.

탐사대원들은 매일 오전 6시와 오후 6시에 해경 측과 통신 연결을 하기로 약속한 상태. 단독 항해 시작 당일엔 대원들이 몇 차례 지상에 있는 '발해 뗏목 탐사대' 회원들과 전화를 했다. 발해 뗏목 탐사 추진위원회 측은 "19일 오후 5시쯤 이형재씨가 전화를 걸어와 영상 촬영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면서 "당시 상태를 물어보니 뱃멀미 때문에 피곤해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탐사대원들은 이후로 연락이 끊겼다. 20일 오전 6시 전화 연결 예정시간임에도 통화가 되지 않았다. 결국 해경이 북한.러시아 수역 상공에 들어가 수색작업을 하게 됐다.

이들에 앞서 1997년 12월 물푸레나무로 만든 길이 10m, 너비 4m의 뗏목을 타고 항해에 나섰던 '발해 항로 학술탐사대' 장철수 대장 등 4명은 도착 예정지인 일본을 수십㎞ 앞두고 폭풍우로 모두 숨진 적이 있다.

발해 뗏목 탐사 추진위 김영철 간사는 "이번 탐사대가 싣고 간 장비는 물에 빠질 경우에도 조난 신호를 보내게 돼있는데 아직까지 이 신호가 접수되지 않고 있다"면서 "기계 고장 등으로 인한 연락 두절이기를 빌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정영진 기자, 강주안.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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