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라운지] 주한 외국인 스키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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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용평리조트에서 열린 주한 외국인스키대회에 참가한 외국인 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평창=임현동 기자

뽀얀 백설이 수북이 쌓인 강원도 평창군 용평리조트.

강원도 일대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19일 오후 각양각색의 외국인이 눈보라를 일으키며 줄지어 슬로프를 타고 내려왔다. 주한 외국인 스키대회인 ‘세계 스키 페스티벌’이 열린 것이다.

23회째인 올해 행사에는 20여개국에서 200여명이 선수로 참가했다. 외교관 또는 외교관의 가족, 다국적 기업의 간부, 외국계 호텔 직원 등 다양한 선수들이 나왔다. 이들은 대부분 취미로 스키를 즐기는 아마추어지만 스키 강국인 독일·오스트리아·스위스·이탈리아 등의 국적을 가진 참가자 중에는 프로급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도 있었다.

이날 행사의 백미는 가장 박진감 있는 활강 대회. 경기는 연령대와 성별에 따라 12개 그룹으로 나눠 치러졌다. 각국의 응원단들은 선수들이 슬로프를 내려올 때마다 국기를 흔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결과는 예상대로 독일.스위스.오스트리아 등 북유럽 국가 출신들이 각 부문 우승을 휩쓸었다.

각국 대사관이 돌아가며 주최하는 이 대회는 외국인 행사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선수는 200여명이었지만 이날 저녁 열린 환영 리셉션과 만찬 행사에는 하랄드 산드베리 주한 스웨덴 대사, 타데우스 호미츠키 폴란드 대사를 포함해 800여명의 외국인이 한자리에 모였다. 만찬과 함께 진행된 시상식에서는 나라마다 특색있는 율동과 구호로 분위기를 북돋웠으며 마무리 행사인 댄스 파티는 밤 12시를 넘겨서까지 이어졌다. 참가자 가운데는 한국에서의 근무를 끝내고 본국으로 돌아갔다가 이번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짬을 낸 경우도 있었다.

올해 행사의 조직위원장을 맡은 산드베리 대사는 "1977년 외교관 생활을 한국에서 시작하면서 '한국에도 스키붐을 일으켜 보자'는 뜻에서 북유럽의 외교관들과 이 대회를 만들었다"면서 "이제는 주한 외국인들이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행사가 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호미츠키 대사는 "평소 만나기 힘든 다른 나라 외교관들과 친분을 나누고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4년째 꼬박꼬박 참석하고 있다"며 웃었다.

이날 행사에서는 평창군이 "2014년 겨울올림픽을 유치하겠다"고 나선 것이 화제가 됐다.

산드베리 대사는 환영 리셉션에서 스웨덴의 에스테르문트시도 겨울올림픽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며 "어느 쪽 편을 들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도 이 자리에 참석해 "겨울올림픽 유치가 한국이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로 도약하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이라며 "조만간 유치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으로 활동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평창 겨울올림픽의 남북한 공동 개최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평창=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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