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태양광 산업 중국 이기는 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7면

많은 사람은 한국이 초정밀 나노기술(10-9 m)이 요구되는 반도체산업에서 오랜 기간 정상을 지켜와 그보다 쉬운 마이크로 수준 (10-6 m)의 기술이 적용되는 실리콘 태양전지 산업에서는 쉽사리 세계 정상에 올라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선입견은 중요한 요소를 간과하고 있다. 반도체산업은 소재와 구조가 거의 결정된 상태에서 누가 더 작은 크기의 소자를 더 저렴한 공정으로 생산하느냐로 성패가 결정되는 데 반해 태양광 산업은 소재에 제한이 없다. 따라서 소재의 정확한 선택, 원천 소재 기술이 중요하다.

현재 세계시장의 90% 이상이 실리콘 결정질 태양전지다. 중국과 국내업체들은 모두 대동소이한 기술 개발 전략을 갖고 있다. 고품위의 기판을 가능한 한 얇게 사용해 소재비를 절감하고, 다루기 힘든 후면부보다 전면부 공정기술을 극대화해 생산 효율을 경쟁사보다 0.5%라도 더 높이겠다는 것이다. 물론 사용되는 소재나 구조는 회사별로 큰 차이가 없다. 중국과 차별화되지 않은 이런 전략으로는 승산이 없다. 시장 및 생산규모, 수직계열화, 인건비 등의 모든 주요 요소에서 우리가 중국에 확실한 열세이기 때문이다. 설사 반도체 공정기술을 더욱 고도화해 같은 기술의 중국 제품보다 효율이 1~2% 높게 나와도 생산 단가에서 경쟁이 되지 못할 것이 자명하다. 같은 실리콘 계열이라 하더라도 나노 소재의 융합 또는 독창적 소자 구조의 개발을 통해 중국과 원천 기술에서 차별화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또 다른 유망산업으로는 대기업이 하는 태양광 모듈보다는 우리가 잘하는 태양광 생산 장비 개발의 선진화가 돋보인다. 선도업체인 선텍도 중국 내 다른 기업이 하지 못하는 태양광 생산 장비 개발에 연구개발(R&D)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중국 ‘희토류’의 칼날을 근본적으로 피하면서, 국내 반도체 소자·장비 업체의 높은 기술대비 가격 경쟁력을 계속 살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실리콘은 미래 태양광 산업에도 여전히 우리의 보검(寶劍)이 돼야 할 것이다. 다만 무한 질주하는 중국과 맞서지 않고 이를 역이용해 중국 업체가 한국 산업체를 필요로 하게 만드는 현명한 지혜를 도출해야 한다.

이정호 한양대 화공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