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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선 ‘노는 언니들’ 그 뒤에선 ‘갈고 닦는 억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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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여성 아이돌 그룹 2NE1은 자신들을 “노는 언니들”이라고 소개한다. 강렬한 퍼포먼스와 파격적인 스타일 덕분에 붙은 별칭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이들은 확실히 여느 걸그룹과 다른 노선을 걷고 있다. 걸그룹 하면 떠오르는 가녀린 아리따움이 풍겨나지 않는다. 대신 파워풀한댄스와 선 굵은 힙합으로 대중을 압도한다. 그들 말마따나 “무대에서만큼은 확실히 놀 줄 아는 언니들”인 게다.

씨엘(19)·박봄(26)·산다라박(26)·공민지(16). 이들 네 명의 ‘노는 언니들’을 만나기로 한 날, 잔뜩 긴장했다. 익히 보아왔던 ‘언니들’의 기세에 눌리지 않을까 해서다. 때마침 이들은 지난달 발매한 정규 1집으로 가요계를 싹쓸이하는 중이다. 요즘 각종 가요 차트의 톱10 가운데 절반 정도가 이들의 노래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중앙일보를 찾은 네 언니들은 뜻밖이었다. 무대 위의 카리스마는 온 데 간 데 없고, 속삭이듯 가만가만 인터뷰에 응했다. 산다라는 “무대 위에선 인상이 강한 편이지만 무대만 내려오면 다들 얌전한 성격”이라고 했다.

# 꼬박 1년간 매달린 정규 앨범

왼쪽부터 씨엘·박봄·산다라박·공민지. 최근 각종 가요 차트를 장악한 비결에 대해 “팬들이 2NE1의 음악을 믿어주셨기 때문”이라고 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해 봄 데뷔한 2NE1은 그간 미니앨범 위주로 활동했다. 데뷔와 동시에 ‘파이어(Fire)’ ‘아이 돈 캐어(I don’t care)’ 등이 각종 차트를 휩쓸면서 이미 정상급 그룹으로 자리매김 했다.

하지만 자신들의 음악 색깔을 또렷이 보여줄 수 있는 정규 앨범이 늘 아쉬웠다. 그래서 지난 1년간 방송 출연도 삼간 채 앨범 작업에만 꼬박 매달렸다. 그 결과물이 모두 12곡이 수록된 1집 ‘투애니원(To Anyone)’이다. 말이 쉬워 1년이지, 1년간 앨범 작업에만 매달리는 게 만만한 일은 아니었을 터. 가뜩이나 ‘노는 언니들’이 그리운 무대를 어떻게 견뎠을까.

“무대가 그리워서 몸이 근질근질 했어요. 그래서 가끔 연습실에서 우리끼리 미니 콘서트를 열기도 했죠.”(산다라)

야심 차게 준비한 만큼 앨범 활동도 파격적이다. 타이틀 곡이 ‘캔 노바디(Can’t Nobody)’ ‘고 어웨이(Go Away)’ ‘박수쳐’ 3곡이나 된다. 모든 활동을 세 곡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데, 이 세 곡이 서로 1위를 다툴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다.

“타이틀이 3곡이다 보니 댄스·노래·스타일 등 모든 면에서 세 배의 노력이 들어가요. 체력적으론 좀 힘든 면이 있었지만 2NE1의 음악이 한 단계 더 올라섰다고 생각하니 뿌듯합니다.”(씨엘)

#‘양싸의 아이들’이 될 뻔했던 소녀들

맨 처음부터 팀명이 ‘2NE1’은 아니었다. 소속사(YG) 양현석 대표가 처음 제안했던 이름은 ‘양싸(양현석 사장의 줄임말)의 아이들’과 ‘쓰나미’. 훗날 ‘21세기의 새로운 진화(New Evolution)’라는 뜻에서 ‘2NE1’이란 이름으로 급선회 했지만, 하마터면 어딘가 코믹한 이름을 가질 뻔 했단다.

지금까지 양 대표와 딱 한 번 밥을 먹어봤다는 이들. “여전히 양 사장님은 어려운 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럴 만도 했다. 평범한 팬들이 보기엔 이미 정상급 가수의 면모인데도, 이들은 요즘도 스케줄이 끝나면 곧바로 연습실로 직행해 양 대표의 트레이닝을 받는다고 한다.

“이번 앨범의 첫 무대를 마친 날 곧장 연습실로 돌아와 양 사장님과 같이 다시 연습했어요. 연습 때마다 음악과 안무를 직접 체크해주시는데 늘 긴장되는 순간이죠.”(씨엘)

# “30년쯤 뒤에는….”

어려서부터 가수가 꿈이었던 이들. 이미 스타급 가수로 자랐지만, “(스타란 사실을) 제대로 실감한 적이 별로 없다(민지)”고 했다. 하긴 무대와 연습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스타의 인기를 체감하기란 쉽지 않았을 법도 하다. 박봄은 “아직도 꿈은 멀리 있는 것 같다. 더 나은 퍼포먼스와 노래를 위해 달려나가야 한다”고 했다. 과연 노는 언니들답다. 스타란 말보다 음악이란 말을 더 소중히 여기는 네 언니들. 30년쯤 흘러도 음악과 더불어 놀고 있을까.

“음악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모습이었으면 해요. 그땐 각자 다른 길을 갈 수도 있겠지만 가끔 모여서 ‘2NE1’이란 이름으로 작은 콘서트도 열고 …. 무슨 일을 하든 음악을 떠나진 않을 거에요.” 씨엘의 말에 다른 세 멤버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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