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흐름보다 종목을 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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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시가총액이 큰 증시 우량주의 주가는 종합주가지수 흐름에 관계없이 꾸준히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증시 활황기에 큰 폭으로 오르며 주목받는 소형주의 상당수는 시간이 갈수록 주가가 떨어져 원금조차 건지지 못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상대적으로 정보가 적고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개인투자자들은 지수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는 우량주를 사서 장기간에 걸쳐 꾸준한 수익을 노리는 게 낫다는 의미다.

16일 종합주가지수는 971.56을 기록했다. 가장 최근에 주가지수가 1000을 넘었던 2000년 1월4일(1059.04)보다 8.3%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시가 총액 상위 20위 종목 가운데 상장폐지되거나 액면 분할을 한 종목을 뺀 17개 종목 중 11개는 오히려 주가가 올랐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2000년 1월4일 30만5500원에서 52만원으로 70.2% 올랐다. 지수는 5년 만에 1000을 바라보고 있지만 삼성전자 주식을 사서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가 느끼는 체감 지수는 1700선에 가 있는 셈이다. 이 기간 중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30조8000여억원 불어나 시가총액 2위에서 1위로 부상했다.

1990년대 말부터 정보통신(IT)업종이 집중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상대적으로 홀대를 받았던 전통 제조업에서도 우량종목은 실속을 챙겼다. 현대자동차 주가는 2만700원에서 5만6700원으로 1.7배 올랐다. 당시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 5년간 1700만원의 수익이 생긴 셈이다. 기아차는 7350원에서 74%가 오른 1만2800원까지 올랐다. 포스코도 안정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5년간 수익률이 39%에 달했다.

외환위기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의 소용돌이를 헤치고 살아남은 은행주들의 약진도 돋보인다. 국민은행은 129%, 신한금융지주(옛 신한은행)는 116%, 우리금융지주(옛 한빛은행)은 136% 상승했다.

기간을 더 길게 잡아도 우량주의 선전은 돋보인다. 굿모닝신한증권에 따르면 1995년 2월 주식을 사서 10년간 묻어뒀을 경우 삼성전자는 7.5배, S-Oil은 6.5배가 올랐다. SK텔레콤.삼성SDI.현대차.SK.포스코 등이 모두 주가가 배 이상 올랐다.

그러나 주가 부침이 심한 중소형주는 사정이 다르다. 10년 전 상장 종목 중 아직 거래되는 485개 종목 중 주가가 내린 종목이 355개(73%)에 이른다. 감자 등으로 주가가 90% 이상 떨어진 종목도 20%에 이른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소수 우량 종목은 장기 수익을 내고 나머지 종목은 소외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지수 흐름에 얽매이지 말고 우량 종목 위주로 투자하는 것이 장기 수익을 내는데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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