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 '학교종' 만든 김메리 여사 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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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동요 '학교종'의 작사.작곡가 김메리 여사가 9일(현지시간) 오후 11시45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세상을 떠났다. 101세.

고인은 15년 전 중풍으로 쓰러진 뒤 투병생활을 해왔다. 이 기간 중 자서전 '학교종이 땡땡땡'을 집필했으며 1996년엔 이 책의 출판 기념회 참석차 서울을 방문하기도 했다.

'학교종'은 광복을 맞은 1945년 이화여전 음악과 교수이던 고인이 초등학교 1학년용 음악 교과서를 만드는 작업에 참여했다가 만들었다. 전차 속에서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입학식날 처음 등교하는 정경을 떠올리며 작사.작곡을 했다고 한다.

1904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전을 졸업한 고인은 30년 미국 미시간대에 유학을 가 음악 석사과정을 마쳤다.

그곳에서 사업을 하던 조오흥씨를 만나 36년 서울에서 결혼했으나 일제 총독부가 조씨를 강제 추방한 후 홀로 한국에 머물러야 했다. 고인은 47년이 되서야 남편을 찾아 도미했다.

고인은 49세 때 미국 웨인대 대학원에서 생화학과 미생물학 공부를 마친 뒤 병원에서 의학 연구원으로 제2의 인생을 살기도 했다.

77년부터 3년간은 7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평화봉사단에 자원해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서 봉사활동을 펼쳤다. 미국 내에선 한인교회 네곳을 설립하는 등 교민 사회를 위한 활동에도 열심이었다. 이런 공로로 80년 이화여대로부터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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