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동산시장 일본이 돌아온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일본 자본이 미국 부동산 시장으로 '유턴(U-turn)'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980년대에 미국 부동산을 닥치는 대로 사재기했다가 가격 폭락으로 철수했던 일본인들이 10여 년 만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못해 다시 미국 쪽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최근 이 같은 일본 투자자들의 미국 부동산 시장 복귀 움직임을 비중 있게 소개했다. 외신에 따르면 80년대 일본 기업과 금융회사들이 주도했던 '미국 부동산 사냥 열풍'은 90년대 초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싸늘하게 식었다. 당시 뉴욕의 록펠러센터나 캘리포니아의 페블 비치 골프장 등의 자산 가치가 반토막 나자 일본 투자자들은 한동안 미국 부동산을 싼값에 팔기에 바빴다.

그러나 10여 년의 공백기를 거치면서 투자 양상은 훨씬 신중해졌다.

90년대 가격이 폭락하면서 막대한 손실을 경험한 탓에 투자 위험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던 과거의 직접투자 방식보다는 부동산투자신탁(REITs) 같은 간접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있다.

시카고에 본사를 둔 부동산 투자 회사인 헤이트만의 기우라 다카유키 이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46억 달러에 달했던 일본의 리츠 상품 투자액 중 3분의2가 미국 부동산에 투자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부터 미국 부동산 리츠에 투자하는 일본 투자자에게는 미국인 투자자와 같은 조세감면 혜택이 주어져 리츠 투자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이들 리츠 상품은 주식시장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투자자들로서는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여전히 과거처럼 건물을 사들이는 직접투자도 되살아나고 있다. 일본 최대의 부동산 회사인 미쓰이부동산은 최근 뉴욕 맨해튼의 미드타운과 워싱턴 DC에서 구매할 건물을 물색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워싱턴 DC의 부동산 회사 캐시디&핀카드의 빌 콜린스는 "노련한 일본 부동산회사들이 1억 달러 대의 빌딩을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본 자본이 10여 년 만에 미국 부동산 시장에 다시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일본 내에서는 더 이상 마땅한 고수익 투자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 부동산 시장은 최근 몇 년간 과열 논란을 부를 정도로 성장하면서 투자 수익률이 높아져 제로 금리에 지친 일본인들에게는 더할 수 없는 대체 투자처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리츠 상품을 중심으로 일본인들의 미국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장세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