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이질적인 중국·중국인, 대중국 전략 다시 짤 때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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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호 24면

한국과 중국이 국교를 맺은 지 지난달로 18년이다. 한·중 간 교역 규모는 1992년 63억 달러에서 지난해 1400억 달러로 22배 증가했다. 수출은 이 기간 26억 달러에서 867억 달러로 33배 늘었고, 무역수지는 10억7000만 달러 적자에서 지난해 300억 달러가 넘는 흑자를 기록하면서 전체 무역수지 흑자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게 됐다. 한·중 교역규모는 이미 대미·대일 교역 총액을 합한 수치를 넘어섰다.

송기홍의 세계 경영

필자는 2007년부터 3년간 상하이에 주재하면서 중국 기업과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을 자문할 기회를 가졌었다. 이 경험을 통해 우리 기업의 입장에서 바람직한 대중국 전략과 변화하는 미래에 대한 대응책을 숙고하게 됐다. 이러한 고민은 달라진 양국관계에 부합하는 현실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먼저 한·중 간의 문화적 유사성과 사고의 공통성에 대한 ‘오해’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한국인 상당수는 양국 모두 한자문화권에 속해 있는 데다 유교적 전통을 공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중국인이 서양인보다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심지어 문화적 동질성에 지리적 인접성을 더해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삼는 것이 미국이나 유럽에서 사업하는 것보다는 쉬울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는 편견이며, 희망사항이다.

중국을 한 꺼풀 벗겨보면 개인의 사고나 사회적 통념이 우리의 주 교역대상국 중 어떤 나라보다 이질적이다. 동북공정으로 표출된 이해하기 힘든 역사인식은 물론, 계약에 대한 개념이나 법적 공정성에 대한 상이한 인식 등 당혹스러우리만큼 다르다. 사회주의와 문화혁명, 급속한 대외개방을 거치면서 중국인의 사고체계에 일대 광풍이 몰아친 것이 이 같은 차이를 불러온 요인일 것이다. 여기에 우리의 사고방식이 어느새 서구자본주의에 길들여진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어설픈 서구식 합리주의의 창을 통해 중국을 바라보고 중국인을 후진국민 취급하면서 중국사업의 성공을 바라는 것은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구하는 꼴이다. 지난 한 세기를 제외하고 중국은 역대로 군사력과 과학기술뿐 아니라 정신문화에서도 절대강국의 자리를 지켜왔다. 그 전통과 자부심이 건재한 상태에서 중국은 다시 세계 최강대국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비즈니스 제도와 관행에서도 아직까지는 중국이 서구식 룰을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이러한 저자세가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에 비례해 중국식 질서와 거래관행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질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하루빨리 중국 제대로 알기와 중국 전문가 육성에 나서야 한다.

우선 기업마다 최고의 인재를 조기에 중국에 파견해 전문성과 커리어를 쌓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또 값싼 인력에만 매달리지 말고 중국인 엘리트를 선발해 한국 본사에 근무시키면서 중국의 미래 리더그룹에 지한파를 길러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는 과거 우리의 우방 선진국이 그랬듯 중국 학생과 관료·군인 등을 받아들여 교육과 훈련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현재의 교역규모에 안주하거나 ‘전략적 협력 동반자’라는 외교적 수사에 취해 있기에 중국인들은 너무나 현실적이다.

한·중 관계는 이미 한국의 경제 및 안보 이익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자리잡았으며 앞으로 그 위력은 더 커질 것이다. 연간 교역규모 2000억 달러, 인적 교류 500만 명 시대에 상응하는 대중국 전략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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