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튀는 생활 아이디어 '특허기술 박람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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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무고시 출신 현직 공무원인 하정규 서기관이 개발한 전기수유기

▶ 설거지 후 잘 벗겨지도록 공기주머니를 넣은 고무장갑

▶ 빨리 익히기 위해 속을 비운 국수

현직 외무 공무원이 분유를 자동으로 타고 세척.살균까지 하는 '전기 수유기'를 개발했다. 개발 주인공은 외교통상부 산하의 외교안보연구원에서 일하는 하정규(36) 서기관이다. 소형 커피메이커와 비슷한 형태로 만들어진 이 제품은 일정한 양의 분유와 물을 따로 보관하고 있다가 분유와 물을 자동으로 섞은 뒤, 따뜻하게 데워 준다. 분유가 완성되면 호스로 연결돼 있는 작은 젖꼭지를 아기의 입에 물리면 된다. 관리도 간편하다.

수유가 끝나면 수유통을 분리해 씻을 수 있고 젖꼭지.호스를 수유통 속에 넣은 뒤 버튼을 누르면 한번에 스팀 살균까지 해준다. 보관 중인 물도 UV(자외선) 램프를 통해 살균된다. 하 서기관이 이 수유기를 개발한 계기는 지난해 첫딸(8개월)을 보면서다. 밤 늦게 우유 달라고 보채는 딸아이를 지켜보면서 궁리한 것이다.

1992년 외무고시(26회)에 합격한 그는 '외교적 언사'(레토릭)를 많이 하는 외교업무보다는 정보기술(IT)업무가 좋아 해외 공관 근무를 마다하고 본부 정보화담당관실에서 주로 근무했다. 외교부의 내부 인트라넷, 해외 135개국에 걸친 광역외교정보망 등도 그의 손에서 다듬어졌다.

특허등록된 하 서기관의 이 발명품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10일부터 열리는 '대한민국 특허기술 이전 박람회'에 선을 보였다. 특허청.한국발명가연합회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행사엔 개인 발명가, 기업.대학 연구원들의 발명품 273점이 출품됐다. 하 서기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모두 생활 속의 필요에 의해 아이디어를 짜낸 것이다.

35년 경력의 금형기술자인 최영춘(52)씨는 야근 중 동료들과 컵라면을 먹다 '면이 익는 시간을 줄일 순 없을까'하는 생각에서 '면발이 뚫린 국수'를 개발했다. 속까지 국물이 차니 면이 빨리 익는 것은 물론 양념이 골고루 배어 맛도 더 있었다.

박준태(64)씨는 설거지할 때마다 땀이 찬 고무장갑을 벗느라 씨름하는 부인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공기주머니 달린 고무장갑'을 고안했다. 공기주머니로 인해 장갑 속에 공간이 생기니 장갑을 벗기도 편하고 피부관리에도 도움이 된다고 박씨는 설명했다.

이 출품작들은 나흘의 전시기간 중 상품화할 업체도 찾는다. 발명진흥회 민경탁 상근부회장은 "우리나라가 전세계에서 손 꼽히는 특허강국임에도 이를 사업화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안 돼 사장되는 우수 기술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발명진흥회는 중소기업 특허상품의 원활한 해외수출을 돕기 위해 지난 6일엔 한국전자거래협회와 업무 협정을 맺었다. 전자거래협회는 앞으로 현재 운영하고 있는 기업 간 상거래 사이트 'e-AMP'와 무역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발명진흥회가 추천한 유망 특허상품의 해외판매를 지원한다.

글=윤창희.김필규 기자
사진=임현동.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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