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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조정권고안, 새 갈등의 불씨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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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법원이 최근 내린 새만금 조정권고안을 꼼꼼히 들여다 보면 환경단체의 주장만을 수용함으로써 새만금을 다시 원점으로 되돌려 놓고 새로운 갈등과 논란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조정권고안의 핵심 내용은 먼저 새만금 간척지의 용도특정과 개발범위를 연구하고 결정할 위원회를 국회나 대통령 산하에 두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새만금 관련 5개 연구기관이 국토연구원을 중심으로 새만금지역의 토지용도를 결정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며, 올해 상반기엔 환경영향까지 고려한 토지이용계획안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위원회는 원고들이 추천한 위원과 관련 정부부처(농림부.환경부.해양수산부 등) 및 전라북도 추천위원으로 구성하라고 한다. 그러나 이미 1999년에 새만금 환경영향 민관합동조사단이 구성돼 1년여에 걸친 연구로 순차적 개발안을 도출했으나 지금까지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무리 위원회가 잘 짜이고 연구가 잘 행해진다 해도 문제는 그 연구 결과를 놓고 끊임없는 논쟁이 일어나는 잘못된 사회적 풍토일 것이다. 새만금과 관련한 위원회는 이미 국무총리.전라북도 산하에 구성돼 있으며, 새만금의 수질보전 대책이 정상적으로 추진돼 만경수계의 수질개선 등 실질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린 바 있다.

마지막으로 새 위원회에서 논의가 끝날 때까지 방조제 공사 중단을 제안하고 있다. 새만금에 대한 용도결정과 환경영향평가까지는 적어도 2~3년이 더 필요하다. 그것도 논쟁없이 순조롭게 법원이 제시한 절차에 따라 진행됐을 경우를 가정해서다. 그렇다면 이미 30여㎞의 방조제 구간에서 발생하는 손실, 보강공사에 따른 손실, 새만금에 비전을 두고 세워졌던 많은 계획과 투자비용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재판부의 이 같은 권고는 결국 지금까지의 과정이 잘못됐으니 과거로 회귀하라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지금까지 정부나 연구기관, 민간단체들이 투자한 시간은 모두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새만금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재판부의 결정은 한발 앞으로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는 것이어야 한다.

91년 첫 삽을 뜬 후 정권이 세 번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만금 사업은 국가와 국민에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두 번의 공사중단과 환경단체와의 끝없는 논쟁 속에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당하고 있다. 이번 권고안으로 전라북도는 심각한 갈등의 늪에 빠져들고 있으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법원의 판결은 법의 정신에 따라 이뤄졌을 것이다. 그러나 갈등이 감정의 문제로 비화될 경우 법으로 치유할 수 없는 더 큰 어려움을 낳는다는 점을 재판부가 좀 더 고려해 주었으면 좋겠다.

한영주 전북발전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