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 정치’의 근거지였던 서울 종로구 익선동 ‘오진암’이 사라진다. 1953년 문을 연 오진암은 70~80년대 삼청각·대원각과 함께 당대 정·재계 거물급 인사들이 드나들던 곳이다. 8일 2310㎡(700평) 규모의 단층 한옥인 오진암에서 기와 철거작업이 진행 중이다. [안성식 기자]
오진암은 요정으로 문을 열기 전부터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이승만 대통령 당시 영화계의 대부로 알려진 임화수가 살던 집이었기 때문이다. 충무로의 이름난 영화배우들이 이 집을 들락거렸고 임씨가 이끌던 자유청년단이나 대한감찰대에서 활동하던 ‘어깨’들도 자주 찾았다고 한다.
요정으로 개업한 이후 90년대까지는 정치인·기업인 등 유명 인사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다. 특히 72년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과 북한의 실세인 박성철 제2부수상이 만나 7·4 공동성명을 논의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철거 전 오진암 입구 모습. [안성식 기자]
조씨로부터 오진암을 매입한 이솔티㈜ 측은 “이달 중순께까지 철거를 마친 뒤 호텔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이달 초 서초동에 ‘오진암’ 간판을 단 음식점을 새로 개장했다. 조씨의 수양딸이라는 김모(57)씨는 “아버지가 건강이 좋지 못해 오진암을 팔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와 종로구는 지난달 말 오진암이 문화재로서 보존 가치가 있는지를 검토했다. 하지만 오진암이 개인 재산이고 사료적 가치가 적다고 판단해 문화재 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글=장정훈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