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다른 장관·청장 후보자들의 거취 역시 복잡한 고차방정식이 되고 있다.
청문회가 한창 진행 중일 때만 해도 “한 사람의 낙오자 없이 모두 함께 간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 기류는 악화된 국민여론과 한나라당 내부 반발에 부닥쳐 지난 26일 이미 한 차례 궤도를 수정했다. ‘김 후보자를 어떻게든 사수해 국회 본회의 임명동의를 받고, 그럴 경우 청문회에서 논란이 크게 됐던 장관 후보자 한두 명은 이 대통령이 내정을 철회할 수도 있다’는 쪽이다. 김 후보자의 국회 본회의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뒤 이명박 대통령이 ‘결단’의 형식을 빌려 야당이 지목한 ‘부적격 후보’ 중 일부를 정리하는 시나리오인 셈이다.
민주당 등 야당에선 유정복(농림수산식품부)·박재완(고용노동부)·이재오(특임) 장관 후보자를 뺀 나머지를 모두 부적격자로 규정하고 있다. <표 참조>표>
이 중 ‘주요 낙마 타깃’으로 지목받고 있는 이재훈(지식경제부)·신재민(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와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 등에 대해선 청와대 내에서도 “누가 1순위고, 누가 2순위”라는 이야기들이 공공연하게 떠돌았다.
하지만 청와대가 구상한 이런 수순에 27일 오후가 되면서 변수가 생겼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청와대가 모든 구상의 출발점으로 삼았던 김 총리 후보자의 거취 자체가 유동적이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관계자 사이에선 “국정에 미칠 피해의 최소화를 위해선 총리 후보자 한 사람만 낙마하는 게 낫다” 또는 “총리 후보자가 낙마하면 다른 후보자도 버티기 어려울 것”이란 새로운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경우에 따라선 김 후보자의 희생으로 나머지 후보자들이 극적으로 회생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고, 아니면 총리 후보자와 문제된 후보자들이 함께 무더기로 물러날 수 있다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이날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에서 7~8명의 의원들이 ‘총리 후보자+문제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한 것도 변수다.
◆“공정한 사회는 일상생활에서부터”=이 대통령은 27일 확대비서관회의에서 “공정한 사회를 위해선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며 “실천은 정책을 마련할 때와 일상생활을 할 때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일상생활에서도 공정사회에 걸맞은 행동을 하는지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며 “나부터 돌아보겠다”고 했다. 청와대는 ‘원론적 언급’이라고 강조했지만, 내부에선 이 대통령의 발언이 총리·장관 후보자의 거취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서승욱·정효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