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칸첸중가 … 오은선, 역공에 나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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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칸첸중가 등정 여부를 놓고 또다시 거센 논란에 휩싸인 오은선씨의 등반 모습. [중앙포토]

오은선(44·블랙야크)씨의 칸첸중가 등정을 둘러싼 의혹 제기 과정에서 국내 산악인들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산악계 전체가 진흙탕 싸움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한산악연맹(대산련)이 26일 칸첸중가 등정자 모임을 한 뒤 “오은선의 칸첸중가 등정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공식 발표하자 곧바로 오씨는 “그분들이 내 등정 여부를 판단할 자격이 있느냐. 그분들의 등정 사진도 공개적으로 요구하겠다”고 역공세를 폈다.

오씨의 칸첸중가 등정 의혹이 불거지기 전에는 히말라야 8000m급 정상을 다녀온 산악인에 대해 직접적으로 “정상 사진이 맞느냐, 정상에 올랐느냐”고 묻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 일을 계기로 전문 산악인끼리 각자의 정상 사진을 놓고 ‘정상이다, 아니다’라고 논쟁을 벌이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게 됐다. 이런 와중에 칸첸중가 등정자 모임에 참석했던 한 산악인은 “오씨의 칸첸중가 사진 말고도 다른 것(8000m급 등정)도 의심이 간다”고 말해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아직까지 해외에서 별다른 반응은 없다. 히말라야 등정 기록의 권위자인 홀리 여사와 함께 히말라얀데이터베이스(히말라야 등정 기록을 수집·관리하는 민간기관)에서 일하는 지반 셰르파는 2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이 논쟁에 대해 어떠한 의견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는 명백히 한국 산악단체의 결정을 우리의 데이터베이스에 추가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홀리 여사는 이미 여러 차례 한국의 산악단체에 "오은선의 칸첸중가 등정에 대해 ‘논란 중(disputed)’이라는 유보 입장을 유지해도 되겠느냐”는 취지의 메일을 보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홀리 여사뿐 아니라 유럽 언론들에서도 이런 문의가 있었다.

이의재 대산련 사무국장은 “아직 해외에서 어떤 요청을 받은 것은 없지만, 홀리 여사 등이 26일 칸첸중가 등정자 모임의 내용을 받아보길 원한다면 보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홀리 여사가 데이터베이스에 ‘논란 중’이라는 단서를 유지한다면, 오씨의 여성 최초 8000m급 14좌 완등 타이틀의 권위와 신뢰성도 크게 흔들리게 된다. 여전히 ‘논란’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기 때문이다.

27일 현재 오씨는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대산련 또한 오씨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그가 “자료를 더 모으고 있는 중이며, 시간을 달라”고 요청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의재 국장은 “오씨가 칸첸중가를 등정했다는 확실한 자료를 제시한다면 등정자 회의를 한 번 더 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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