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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이 연지 찍고 LG가 곤지 찍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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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6면

화장품업계는 최근 수년간 황금시대를 구가했다. 시장규모가 1999년 이후 3년간 매년 15%씩 급성장했다. 제품이 고급화됐고, 유통채널도 크게 변화했다. 특히 '화장품법'이 2000년 약사법에서 떨어져 나와 별도 시행되면서 '기능성 화장품 인증제도'가 시작됐다. 이에 따라 주름 개선·미백·자외선 차단 등 기능성 화장품이 속속 출시되면서 화장품의 고급화 바람이 상당했다.

또 방문판매 시장이 급성장하는 등 유통채널도 급변했다. 한때 전문점 유통비중이 60%를 넘었지만 몇년새 40% 내외로 줄었고, 대신 방문판매 비중이 40%를 웃돈 것으로 추정된다. 고가의 제품을 매출채권 부담없이 판매하는 방문판매의 확대로 화장품업계는 수익성과 현금흐름도 좋아졌다.

그렇다고 모든 업체가 다 혜택을 본 것은 아니다. 제품개발 능력과 마케팅 능력을 보유한 대형사들만 득을 봤으며, 중소형사들은 시장을 급속히 상실해가고 있다. 태평양과 LG생활건강이 전체 시장(수입품 포함)의 40%를 장악, 시장을 주도하면서 중소형사들과 격차를 더욱 벌려가고 있다. 업계 부동의 1위인 태평양은 유통망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하면서 뛰어난 브랜드 관리능력으로 시장점유율을 계속 높여가고 있다. 시판 부문의 경쟁력도 유지하고 있고,방문판매 부문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2위인 LG생활건강은 판매사원을 영입해 방판부문을 확대하는 등 공격경영을 하고 있지만, 1위와 격차는 좀체 좁히지 못하고 있다. 초기 방문판매 시장을 선점해 지난해 무려 30% 이상 성장했던 코리아나는 일부 판매사원의 이탈과 최근 방문판매 시장의 침체 등이 겹쳐 성장세가 한풀 꺾이고 있다.

국내업체간 경쟁에선 이처럼 대형사가 이겼지만, 대신 수입화장품이 새로운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했다. 1998년 6.2%에 불과했던 수입화장품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최근 14.4%로 늘어나는등 급속히 시장을 잠식해가고 있다. 백화점에 한정돼있던 유통망을 온라인으로 확대하면서 성장세가 탄력을 받고 있고, 고급·기능성의 이미지로 수요층을 확대하고 있어 대형사와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올들어 3분기 이후 화장품업계는 호흡조절에 들어갔다. 성장이 다소 주춤해지고 있는 데다 소비심리가 저하되면서 방문판매 시장이 축소되고 있다. 그렇더라도 트렌드와 유통망의 급변에 대처할 여력이 충분한 대형사 위주로의 시장재편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 분명하다.

황진영 한국신용정보 전문연구원

jyhwang@nic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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