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 쪽방촌 투기의혹에 10여 차례 “부덕의 소치” 사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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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지식경제위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이마에 맺힌 땀을 닦고 있다. [안성식 기자]

“제 자신이 얼마나 불비했는지 깨달았다. 만약 기회를 주면 마지막 봉사의 기회로 삼겠다.”

20일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7시간45분간의 인사청문회를 마치면서 한 호소였다. 그는 배우자의 서울 창신동 ‘쪽방촌’ 투기의혹<본지 8월 16일자 12면>에 대해 “부덕의 소치”라며 10여 차례나 사과했다. 야당 의원들이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 정책에 역행하는 부적격 인사”라며 집중 공세를 편 데 대해 몸을 바짝 낮춘 것이다. 민주당 노영민 의원은 “쪽방촌 투기로 이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 행보에 치명타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강창일·조경태 의원은 “자진 사퇴하는 게 정부와 본인을 위해 현명한 처사”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당시 집사람이 친구들과 함께 노후대비용으로 그렇게 한 것 같다”며 “법에 맞느냐, 세금을 다 냈느냐를 떠나 국민의 정서를 감안할 때 제가 신중치 못하고 부덕해 국민께 심려를 끼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관으로서 일할 기회를 준다면 친서민 중소기업 정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후보자 본인이 건물 매입을 알았는지에 대해선 “당시 공직생활로 바빠 집사람이 상의를 했지만 그때는 ‘알아서 하라’고 얘기했던 것 같다”며 “그곳이 쪽방촌인지 몰랐고, 아마 집사람도 자세히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김낙성 의원이 “부적절하게 매입한 재산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자선단체에 기증할 생각은 없나”라고 묻자 이 후보자는 “질의하신 취지를 잘 이해하겠다. 깊이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은 “재개발 투기는 보통 조합원 자격을 받으려 한 명이 단독주택을 구입하는데 후보자의 부인은 이상하게 세 사람이 하나의 물건을 공동으로 구입하는 ‘묻지마식 막차 투기’를 해서 손해를 봤다”고 꼬집었다.

이 후보자가 2009년 1월 차관에서 퇴임한 뒤 1년6개월 사이 재산이 6억여원 불어난 것도 도마에 올랐다. 이 후보자는 “김앤장 고문료 4억원을 포함해 전라남도 투자유치 자문관, 한양대 대우교수 등으로 일했기 때문에 수입이 전체적으로 늘었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공직자윤리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월 2700만원에 이르는 김앤장의 급여에 대해서도 “노벨상 경제학상 수상자도 그런 조언료는 못 받을 것”(노영민)이란 비아냥이 나왔다. 이 후보자는 그러나 “김앤장에서 대형 정유사 LPG 가격 담합 과징금 소송에 관여하지 않았느냐”는 의혹 제기에 대해선 “소송 자체를 몰랐다”며 부인했다.

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박영준 지경부 제2차관 임명에 대해 청와대와 협의했느냐”고 묻자 이 후보자는 “협의가 없었다. 신문을 보고 알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장관은 장관이다. 리더십을 발휘하겠다”고 했다.

글=정효식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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