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이슈읽기] '도시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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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도시락은 추억이다. 학창 시절 겨울이면 교실 난로에 올려 놓은 도시락들, 거기서 풍겨나던 누룽지 냄새가 그렇다. 그런 도시락이 이제 슬픔이자 아픔이 되었다. 겨울 방학을 맞은 결식 아동들을 위한 도시락이 그리 부실했다니…. 조리법에 관한 실용서 말고 아련하고 뭉클한 사연을 담은 도시락 관련 책들을 들추며 우리의 분노와 상처를 달래보자.

그 중 으뜸이 '도시락 편지'(조양희 지음, 디자인하우스)이다. 지은이가 아이들 도시락에 넣어주었던, 진솔한 사랑의 편지를 모은 것이다. 때론 격려하고, 때론 깨우쳐주던 이 편지들은 그 어떤 맛난 반찬보다 영양가 있었으리라. 그의 자녀들이 지금은 어떻게 자랐는지 궁금해지는 책이다. 10년 전 발간 당시엔 베스트 셀러에 올라 2권이 나오기도 했지만 지금은 모두 절판 상태여서 아쉬움을 남긴다.

'행복한 도시락'(조은재 지음, 지오북스)은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따뜻하고도 코끝 찡한 이야기 모음이다. 물론 도시락 이야기만은 아니다. 그런데 "전 엄마가 점심도 드시지 않고 일하는 줄 몰랐어요. 그런데도 매일 반찬투정이나 한 저를 용서하세요. 그리고 다음부턴 빈 도시락 싸 가지 마세요. 그럼 저도 싸가지 않을 거예요"란 글을 읽으면 우리는 행복해질까.

'도시락'(전기철 지음, 현재)도 위의 책과 비슷하다. 가난하고 힘겨운 삶 속에서도 실의에 빠지지 않고, 남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가 오롯이 담겼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여대생 독자는 "가난을 가난으로 읽지 않던 어린이의 순수한 시각에 대한 그리움…"이란 감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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