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시 “시위, 돈 내고 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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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탈리아 수도 로마시 당국이 ‘시위세’를 부과하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시 측은 시위 관련 비용을 줄이려는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야당과 노조 등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지안니 알레마노 로마 시장은 최근 TV에 출연, “로마에서 시위를 벌이는 주최 측에 시위비용을 징수할 것”이라며 “사실상 시위세를 부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정부 정책에 불만을 품은 시민들이 죄다 로마로 몰려들어 시위를 벌이면서 로마시의 시위 관련 비용이 급증한 데 따른 대책이라는 설명이다. 올해만 550여 건의 시위가 로마에서 벌어졌다. 시에 따르면 1만 명이 시위를 벌일 경우 1만8000유로(약 2700만원)의 비용이 든다. 경찰 경비비용 7000유로, 도로청소비 5000유로, 구급차 비용 5000유로 등이다. 96억 유로(약 14조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로마시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세금으로 충당해 오던 시위 비용을 이제부터는 시위 주최 측에 물리겠다는 것이다. 알레마노 시장은 “이벤트를 개최하는 주최 측도 관련 비용을 내고 있는 만큼 시위대도 이제부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마시는 시위대 규모에 따라 주최 측에 분담금 형식으로 시위 비용을 지불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학생과 무직자는 시위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된다.

시 당국은 “헌법에 보장된 시위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조와 야당들은 시위세 부과 방침에 거센 비판을 퍼붓고 있다. 이들은 “시위세를 허용하면 연좌농성, 1인시위 등 모든 형태의 시위에도 세금을 물리려 할 것”이라며 “이처럼 쓸데없는 제안을 하는 정치인들에게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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