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분담금 협상 장기화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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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18~19일 서울에서 열린 제3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도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외교부 당국자는 "시종일관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한.미동맹 관계가 최상의 상태이기는 하지만 '돈'이 걸린 문제라 어느 한쪽도 쉽사리 양보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양국은 다음달 하순 미국 워싱턴에서 다시 만나 4차 협상을 벌이기로 했지만 극적인 계기가 없는 한 타결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최대 쟁점은 역시 '삭감이냐, 증액이냐'다. 우리 정부는 "용산기지 이전, 이라크 파병 등 지난해 각종 한.미 간 현안을 타결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컸던 만큼 방위비만큼은 미측이 양보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미측은 "우리도 재정 압박이 심각하다"며 되레 한국 측 분담금을 올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주한미군이 한국 방위와 안정을 위해 주둔하고 있는 만큼 당연히 한국 측이 주둔비용에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논리다.

협정 유효기간과 분담금 항목 등도 여전히 난제다. 특히 전술지휘 자동화체계(C4I) 현대화 비용을 둘러싼 양측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번 협상 도중 "용산기지 이전 협상 때 다 마무리된 얘기 아니냐. 당시의 합의 기조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며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압박도 양국 모두에게 부담이다. 로버트 로프티스 미 국무부 방위비 분담대사 등 미측 협상단은 이번 협상 기간에 외교부 청사를 드나들면서 "퍼주기 협상 중단하라"는 시민단체 회원 50여명의 피켓시위를 지켜봐야 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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