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간컵 대회서 맹활약 한화 이범호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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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가득했던 여드름도 사라졌다. 장난기 어린 앳된 표정은 사라지고 구릿빛으로 그을린 피부와 이글거리는 눈빛이 듬직한 느낌을 준다.

한화의 고졸 3년차 3루수 이범호(21).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출전한 쿠바 대륙간컵 야구대회에서 최고의 기대주로 떠오른 이범호가 지난달 30일부터 호주 시드니에서 실시되고 있는 팀 내 자율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카리브해의 태양 아래서 충천한 자신감이 남반구의 한여름 용광로에서 한창 담금질되는 중이다.

시즌 막판 급상승세를 탔던 그에게는 내년 주전 발탁의 가능성이 환하게 비치고 있다. 유승안 한화 신임 감독은 "이범호는 내년 시즌 가장 주목해야 할 선수 가운데 한명이다. 근성이 뛰어나고 왼손 폴로스루가 뛰어나 힘있는 타격이 돋보인다"며 주전 기용을 기정사실화했다.

이범호는 8월 이후 시즌 종료까지 약 두달 사이에 타율 0.302, 홈런 10개를 기록했다. 시즌 전체 성적(타율 0.260·11홈런)을 감안하면 막판 강세가 놀랍기 그지없다. 바깥쪽 공에 취약하다는 약점도 황병일 타격코치의 도움으로 간결한 스윙으로 바꾸면서 거의 극복됐다.

이범호의 성장을 한단계 끌어 올린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달 중순의 대륙간컵 대회였다.

그는 한국 대표선수 24명 중 유일하게 전경기(10경기)선발로 출장, 안정된 수비를 펼치면서 타율 0.344(32타수 11안타)의 맹타를 휘둘렀다. 타점도 8타점으로 선배 송지만(한화·9타점)에 이어 팀 내 2위를 기록했다. 게다가 쿠바와의 결승전에서 4회말 선제 솔로홈런을 때려 차세대 '찬스맨'으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이범호는 "경기 출전 횟수가 늘어나면서 서서히 야구를 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시즌 뒤 국제경기, 또다시 훈련. 쉼 없는 전진 속에 이범호의 젊은 꿈이 영글고 있다.

김종문 기자

jm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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