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증시 '큰 장'설까전문가 긴급 대담]"상승궤도 진입" "단기급등 불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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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연말 '큰 장'이 설 수 있을까. 최근 종합주가지수가 700을 넘어 슬금슬금 오르자 연말 랠리(상승 진행)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가 바닥을 쳤다는 분석과 함께 뉴욕 증시가 줄기차게 상승하고 있어 투자 심리가 빠른 속도로 살아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많은 투자자들은 투자전략을 세우지 못한 채 관망하는 분위기다.

오름세가 연말까지 이어질지, 증시의 발목을 잡을 악재는 없는지 궁금한 게 많기 때문이다. 증시의 앞날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대표적 투자 전략가 2명이 28일 증권거래소에서 긴급 대담을 가졌다. 장세를 밝게 보는 교보증권 김석중 리서치센터장과,다소 조심스러운 대우증권 전병서 리서치센터장이 참석했다.

문=주가가 연말까지 꾸준히 오름세를 이어갈 수 있나.

김석중=종합지수가 지난달 중순 바닥권인 580선에서 이미 24% 가량 올랐다. 그렇지만 상승세는 계속될 것으로 본다. 미 실물경제 지표가 안정을 되찾고, 정보기술(IT) 등 내구재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연말까진 750선에 갈 수 있다.

전병서=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한·미 양국 증시가 올랐으나 주가를 계속 떠받쳐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IT 경기가 회복하는데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기는 어렵지만 매수세가 삼성전자에서 다른 종목으로 퍼질 여력은 남아 있다. 연말 종합지수는 720∼760선을 기록할 것으로 본다.

문=한달 동안 너무 올랐다는 시각도 있다. 단기적으로 조정받을 가능성은 없나.

김=새롭게 부각되는 악재가 없다는 점에서 그럴 가능성은 많지 않다. 그러나 짧은 기간 급등한 탓에 매물이 나오면서 다소 탄력이 떨어질 수는 있다. 미국 시장 등에서 연말 연휴기간 중 기업 매출이 예상보다 나쁘면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다.

전=삼성전자 등 그동안 오름세를 주도한 종목은 이미 종합지수 850선에서나 가능한 수준으로 주가가 뛰었다. 경기 흐름만을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종합지수는 앞으로 옆걸음치거나 오르더라도 소폭에 그칠 것이다. 미 거시경제 지표가 뉴욕증시에 긍정적 역할을 했다고 하지만 경제성장률 등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기업 실적도 그리 좋지 않다.

문=지난달부터 외국인들이 순매수로 돌아섰는데 이런 흐름이 계속될까.

김=외국인들은 그동안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3조2천억원 가량을 팔아치웠다. 최근 순매수는 지금까지 팔았던 주식을 다시 사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 뉴욕증시가 안정되고 IT 경기 회복이 굳어지면 이런 움직임이 계속될 것이다. 일단 '팔자'에서 '사자'로 흐름이 바뀌었다는데 의미를 둬야 한다.

전=최근 외국인 순매수는 단타성으로 봐야 한다. 그리고 한달 동안 2조원 가까이 주식을 사들였는데 이젠 삼성전자 등을 빼면 더 살만한 종목이 없다. 많이 오른 만큼 팔고 빠질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12월은 휴가 기간이어서 꾸준한 외국인 매수를 기대하기 어렵다.

문=뉴욕증시는 연말까지 어떻게 움직일까.

김=10월 초에 오랜 하강 국면을 마무리했다고 봐야 한다. 이후 다우지수는 18%,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무려 50% 이상 뛰었다. 설비투자와 IT 경기가 되살아나는 모습이 주가 상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미 증시 오름세를 잠깐 반짝하는 게 아닌, 추세로 보고 있다.

전=미 금리 인하가 증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그러나 확실한 모멘텀(상승 여건)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름세를 장담할 수 없다. 특히 소비 지표가 한두달 좋아졌다 해서 경제가 살아난다고 속단할 수는 없다.

문=연말까지 대통령 선거와 미·이라크 전쟁 가능성 등의 변수가 남아 있는데.

김=대선은 직접적 영향이 없을 것이다. 만약 전쟁이 일어나면 이후 미 정부의 경기 부양책을 기대해볼 수 있고 증시에도 약이 될 것이다.

전=당선자가 구조개혁 드라이브를 내세운다면 유탄을 맞을 만한 업종의 주가는 타격받을 수 있다. 전쟁은 짧게 끝나면 세계 증시에 호재가 될 것이다.

문=개인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김=많이 떨어졌지만 아직 덜 오른 종목이 좋다. 은행·보험·철강 업종의 배당주도 유망하다. 내년 상반기까지 보는 투자자라면 종합지수 흐름을 좆는 인덱스 펀드도 괜찮다.

전=큰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배당수익률이 7%를 넘는 종목을 고르는 게 바람직하다. 대형주보다는 중가 수준대의 옐로칩이 좋다.

정리=김준술 기자

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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