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장애인이 병든 아내·노모 돌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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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허리등뼈(요추)가 굽은 3급 장애인이 2급 장애인인 아내의 병을 수발들고 늙은 어머니를 모시면서 열심히 살아 가난을 극복했다. 그리고 아들을 대학에 보냈다.

주인공은 제11회 경북도 자활자립상 대상을 받는 박연수(朴淵洙·48·의성군 봉양면 풍리리)씨.

朴씨는 "그저 최선을 다해 살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자활자립상은 국민기초생활보장자 중 역경을 딛고 자활 자립에 성공한 사람에게 준다.

朴씨는 노모와 아내, 두 아들 등 네명을 부양해 왔다. 방에 누워 지내야 했던 아내에 대한 그의 사랑은 남달랐다. 지난해 12월 아내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8년여 동안 대·소변을 받아내면서도 언성을 높이는 일이 없었다.

골수염에 걸린 朴씨는 자신과 아내의 치료비를 대느라 물려받은 논밭 3천여평을 팔고 1994년 생활안정자금 7천만원을 대출받아 한우 열두마리를 키웠다. 그러나 소값 파동과 외환위기로 축산에 실패한 뒤 취로사업 등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하지만 그는 쓰러지지 않았다. 5년 전 처가의 밭을 빌려 1천8백여평에 자두나무 3백여주를 심었다. 1천8백평에 논농사를 짓고 한우 세마리를 더 사들였다. 힘은 들었지만 노모와 아들이 거들고 기계화가 된 덕분에 해낼 수 있었다. 그는 지난해 1천8백만원 정도의 소득을 올려 6백만원을 저축했다. 그의 장남은 군 복무를 마친 뒤 대구에서 전문대에 다니고 있다. 해양고를 나온 차남은 해병대에 입대, 백령도를 지키고 있다.

朴씨는 "내년부터는 나무가 자라 자두 소득이 늘어나고 아이들도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며 "누워있기만 해도 좋았던 아내의 빈 자리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달 28일 의성군 문화회관에서 상금 1천만원과 상패를 받는다. 상금으로 집을 새로 지을 계획이다.

의성=송의호 기자

ye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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