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重 단체협약 해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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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올해로 민영화 2년째를 맞고 있는 두산중공업이 사측에 의해 단체협약이 해지되는 등 노사관계가 크게 나빠지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회사 측이 지난 5월 22일 노조 측에 단체협상 해지를 통보한 뒤 유예기간인 6개월 동안 양측이 협상 타결에 실패해 23일 0시를 기준으로 단협이 해지됐다"고 24일 밝혔다. 대기업에서 노사간 단협이 해지돼 무단협 상황에 돌입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 측은 "국내외 발전설비 시장에서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무분별한 파업과 분규의 장기화를 방지하기 위해 단협 해지를 통보했었다"면서 "노조가 협상 기간 중 조합원의 임금이나 복리후생과는 상관이 없는 불법 파업 관련자에 대한 징계·고소고발 등의 철회를 임금·단체협약 교섭과 연계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이번 협상에서 사측이 ▶집단교섭 수용 불가▶노조 전임자 13명에서 7명으로 축소▶인원을 조정할 때 노사가 협의한다는 단협 조항 삭제 등 노조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를 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이라며"회사 측이 일방적으로 노조를 몰아붙이고 있는 데 대해 노조는 '대정부 투쟁' '대선투쟁' 등과 연계해 저항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 노사는 올 3월부터 임금·단체협상을 둘러싸고 대립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회사 측이 단협 해지를 통보하자 노조가 반발해 47일간 파업에 돌입했다. 이로 인해 회사 측은 노조 간부와 조합원에 대해 해고(16명), 고소·고발(51명), 65억원에 달하는 월급·재산 가압류(39명) 등으로 강경 대응, 파업 후유증에 시달려왔다.

특히 사측은 1987년부터 올해까지 28차례에 걸친 잦은 파업으로 엄청난 손실이 초래된 만큼 더 이상 노조의 불법활동은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노조는 민영화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과 노조 탄압을 해온 사측이 '단협 일방 해지'라는 극한적인 수단을 쓴 것은 '노조 길들이기'라는 입장이어서 양측 간 갈등은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2001년 2월 15일 민영화된 두산중공업은 2000년 2백48억원의 적자에서 지난해 2백51억원의 흑자로 돌아선 뒤 올 3분기까지 7백93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등 비교적 성공적인 민영화의 길을 걸어 왔으나 이번 노사 갈등으로 어려움을 맞게 됐다. 한편 노조는 25일 오전 11시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낮 12시에 '단협 일방 해지 철회와 노동조합 사수'를 위한 집회를 열 예정이다.

김창규 기자

teente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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