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폭동 100여명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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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세계 각국의 미녀들이 각선미를 뽐내는 2002년 미스월드 선발대회 개최지인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 이 대회가 도화선이 된 유혈 폭동이 발생, 1백여명이 사망했다고 AFP통신이 21일 보도했다.

통신은 이날 나이지리아 적십자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다음달 7일 열리는 미스월드 선발대회를 다루면서 실수로 이슬람교를 모독한 신문기사에 흥분한 수천명의 이슬람교도들이 이날 북부 카두나시의 기독교도 밀집 지역을 습격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이슬람교도들은 상점과 교회에 불을 지르고 차량을 불태웠다는 것이다.

폭동의 계기가 된 신문기사는 전국 일간지 '디스 데이(This Day)'가 지난 16일자에 게재한 것으로, "예언자 모하메드가 오늘날 나이지리아에 살아 있다면 미스월드 선발대회 참가자 중 한 명을 아내로 선택했을 것"이라는 내용. 지난해 미스 나이지리아가 미스월드에 오른 것을 계기로 나이지리아 정부가 적극 나서 유치한 이번 대회의 성공을 위해 게재한 기사가 본의 아니게 이슬람교도들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지난 17일 수도 아부자에서 이슬람교도들이 "위대한 예언자 모하메드를 모욕했다"며 항의 시위를 벌인 데 이어 전체 인구 1억2천여만명 중 40%를 차지하는 이슬람교도들이 밀집한 북부지역에서 이 신문사 지국이 잇따라 습격을 당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카두나시 일원에 통행금지령을 내린 데 이어 진압군을 투입했다. 또 해당 신문사와 기자를 제재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BBC는 "카두나시는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가 최근 2년 간 수차례 충돌해 2천여명이 숨진 종교 분쟁지역"이라며 "미인 선발대회가 도화선이 돼 해묵은 갈등이 재연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인 선발대회 개최도 삐걱거리고 있다. 이슬람 원리주의자 단체인 움마는 이날 성명을 내고 "여성의 나체를 드러내는 미인대회는 교리에 어긋난다"며 대회 개최 중단을 요구했다.

이에 앞서 최근 나이지리아 종교법원이 혼외정사로 아이를 낳은 아미나 라왈(30)에 대해 이슬람법인 샤리아를 위반했다는 혐의로 '돌로 쳐 죽이라'고 판결하자 덴마크 등 일부 국가 참가자들이 미인대회 불참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강홍준 기자

kang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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