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교육은 생활교육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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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어디 경제를 잘 가르치는 학원은 없을까?'

경제교육의 중요성을 깨달은 부모 중 많은 분들이 이런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학원을 찾기 전에 경제교육은 부모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경제교육은 다름아닌 생활교육이기 때문입니다. 집안에서 엉망으로 생활하던 아이가 어느날 갑자기 청학동에서 열리는 예절캠프에 다녀왔다고 예의바른 아이가 되진 않을 것입니다. 부모가 어려서부터 생활 속에서 예절을 가르쳐야 예절이 아이의 몸에 배게 되기 때문입니다.

생활교육은 1차적으로 관찰을 통해 이뤄집니다. 가정은 아이에게 주어진 최초의 교육 환경이고, 부모는 아이에게 최초의 관찰 대상이 됩니다. 부모가 말로 하는 가르침보다 부모의 행동을 관찰하고 따라하는 것에서 아이의 경제활동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관찰대상이자 경제활동의 모델이 되는 부모들이 사실은 아이 앞에서 많은 실수를 합니다. 저 역시 '나한테는 사면 안된다고 해놓고 엄마는 왜 사?' 라는 아이의 말을 들을 때마다 흠칫 놀라곤 합니다.

아이 앞에서 별 필요없는 물건이지만 경품을 끼워준다는 소리에 하나 더 산다거나 단순히 모양이 예쁘다며 충동구매하진 않았는지요? 혹은 음식점에서 돈을 덜 냈는데 주인이 모르고 넘어갔다면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인 적은 없는지요?

아이에겐 용돈기입장을 쓰라고 하면서 정작 엄마는 가계부를 안쓰는 경우, 아이에게 저금통을 사주면서 엄마는 돈이 없어 저축을 못한다고 하는 경우도 많을 것입니다.

아이에게 용돈교육, 더 나아가 경제교육을 하려고 마음먹었다면 이 기회에 엄마·아빠부터 스스로에 대한 경제교육을 하도록 합시다. 어쩌다 생활 속에서 위에 열거한 것 같은 실수를 저지르다 아이에게 들킨다면 자신을 합리화하려 하지말고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습니다. '좋은 지적을 해줘서 고마워. 엄마는 네가 아니었다면 큰 실수를 할 뻔했구나. 네가 엄마의 경제 선생님이야' 라고 말해줍시다. 그러면 아이는 스스로 대견하게 생각하면서 이후 자신의 경제활동에 대해 더욱 신중해질 것입니다.

사람은 평생을 배우면서 산다고 합니다. 물론 부모의 말과 행동이 일치되는 게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경제교육을 제대로 받지못한 우리 부모세대는 실수를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른이니 만큼 아이보다 더 빨리 배워서 아이를 가르칩시다. 또 자녀에 대한 경제교육은 부모가 제일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집시다. 왜냐하면 아이를 가장 사랑하고, 가장 걱정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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