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품귀'… 금리 곤두박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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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채권시장에서 채권을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금리가 급락(채권값이 급등)하고 있다. 주식 시장이 침체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을 사려는 수요는 많아졌지만 정부와 기업에서 채권 발행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3년짜리 국고채 금리와 하루짜리 콜금리의 차이가 1%포인트 이내로 좁혀졌다.

채권시장에서 지표로 쓰이는 3년짜리 국고채 금리는 18일 연 5.24%로 마감, 올 초에 비해 0.9%포인트 정도 낮아졌다. 지난 13일에는 연 5.17%까지 떨어져 연중 최저를 기록하기도 했다. 3년짜리 회사채(신용등급 AA- 기준) 금리도 연 5.84%로 사상 최저수준이다. 반면 한국은행이 통제하는 콜금리는 지난 15일에 연 4.3%를 기록했다.

한화증권 오동훈 연구원은 "시중 자금이 채권시장으로 몰리고 있지만 발행 물량은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며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살아나지 않는 한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가부채가 늘어나는 것을 우려해 국채 발행을 줄이고 기존에 발행한 것을 사들여 소각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가 회사채의 만기가 돌아오면 속속 갚아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들어 지난달까지 16조8천억원어치의 국고채를 발행했지만 만기가 돌아온 것과 중도에 되갚은 것을 제외하면 3조2천억원어치를 순발행하는 데 그쳤다. 회사채의 경우 오히려 7조1천억원어치가 순상환됐다.

그러나 지난 15일 현재 투신사의 채권형 수익증권 잔액은 1백42조원으로 올들어 12조원이나 늘어났다. 보험사·연기금 등도 주식투자 규모를 줄이고 채권투자를 늘리는 추세다.

한국투신증권 신동준 선임연구원은 "마땅히 갈 곳이 없어 떠도는 자금들이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 채권형 상품으로 몰리고 있다"며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데다 부동산 투자에 대해선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런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해외 채권 투자에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 채권시장에서 회사채 금리는 10년물 기준으로 초우량 등급(AAA)이 연 6%대, 일반 투자등급(BBB)이 연 7%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만기가 길다는 위험은 있지만 국내 회사채보다 금리도 높고 신용이 좋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올들어 지난 9월까지 2조2천억원어치의 해외 유가증권을 추가로 사들였다. 이밖에 우리은행이 지난 11일부터 판매한 미국 단기채권 펀드의 경우 1주일 만에 5백50억원어치를 끌어들여 곧 판매를 중단해야 할 정도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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