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섭 좋은 만남 베이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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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감독 이동이 마무리됐다. 30개 구단 가운데 무려 10개 팀의 사령탑이 교체됐다.

지난 16일(한국시간) 그 맨 마지막을 장식한 주인공은 더스티 베이커(53)감독.

지난 10년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이끌며 올해의 감독상을 세번이나 수상했고 올시즌 팀을 월드시리즈까지 올려놓은 그가 선택한 곳은 시카고 컵스다. '히맨' 최희섭(22)이 주전 거포로서의 꿈을 키우고 있는 곳이다.

베이커는 리그 최고의 감독답게 4년짜리 장기계약을 했고, 연봉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연평균 4백만달러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 연봉 4백만달러는 뉴욕 양키스의 조 토레(5백만달러) 바로 다음의 초고액이다.

컵스는 베이커의 부임과 함께 벌써 월드시리즈에 오르기라도 한 듯 축제 분위기다. 만년 하위팀 컵스는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지 어언 94년이 지났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지도 57년이나 지났다.

베이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야구며, 두번째로 좋아하는 것이 도전"이라고 말해 상위팀에서 따뜻한 밥을 먹다가 하위팀 컵스의 찬밥을 택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 '도전'이 주는 의미는 크다. 컵스는 최희섭을 비롯, 보비 힐·코리 패터슨 등 유망주 타자들이 팀의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마운드에서도 케리 우드·마크 프라이어·매트 클레멘트 등 20대 선수들이 제몫을 해야 성공할 수 있는 젊은 팀이다.

베테랑들이 주축을 이뤘던 자이언츠와는 많이 다르다. 베이커는 이 부분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도전'을 거론한 것이다.

최희섭은 그 '도전'의 맨 앞에 설 전망이다. 간판 슬러거 새미 소사를 받쳐줄 '제1 후보'가 최희섭이다. 자이언츠에서 배리 본즈-제프 켄트의 성공적인 조합을 이끌어낸 베이커 감독이 소사의 파트너로 선택할 카드는 현재로서는 최희섭이 가장 유력하다.

한편 시애틀 매리너스는 밥 멜빈 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벤치코치를 신임 감독으로 임명했다.

이로써 박찬호가 속한 아메리칸리그의 서부 네팀 가운데 월드시리즈 우승팀 애너하임 에인절스를 제외한 세팀이 모두 감독을 교체했다.

이태일 기자

pinet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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