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수 '한류 열풍' 中 FA컵 또 제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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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장주, 리장주."

그라운드엔 그의 이름만이 연호됐다. 기립박수를 보내는 4만여명의 칭다오(靑島) 축구팬들에게 가장 큰 스타는 선수가 아닌 감독 이장수였다.

중국프로축구에서 지도자로 활약 중인 이장수(46) 감독이 소속팀인 칭다오에 중국축구협회(FA)컵을 안기며 한국 축구의 명예를 드높였다.

칭다오는 지난 16일 홈경기로 치러진 FA컵 결승 2차전에서 랴오닝(遙寧)에 2-0으로 승리, 1승1패를 기록하면서 1차전(1-3패)과의 점수 합계 3-3 동률을 이뤘으나 '원정경기 득점 우선' 원칙에 따라 극적으로 정상에 올랐다.

2000년 충칭(重慶) 감독 시절 FA컵을 품에 안았던 이감독은 이로써 2년 만에 다른 팀을 이끌고 FA컵 우승을 차지, 최고 외국인 사령탑의 입지를 굳혔다.

만년 하위팀을 정상으로 이끌었다는 데서 이감독의 역량은 더욱 빛이 났다. 칭다오는 매년 2부 리그 추락을 걱정할 만큼 약체였으나 이감독의 지휘 아래 조직력이 살아나며 사상 첫 우승컵을 안는 감격을 누렸다.

이날 승리의 요인도 이감독의 용병술이었다. 득점없이 전반전을 끝낸 이감독은 부진했던 취보를 후반에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후반 시작 5분 만에 랴오닝의 미드필더 리야오가 경고 2회로 그라운드에서 쫓겨났고 취보는 기다렸다는 듯 13분에 왼발 중거리포로 선제골을 낚아올렸다.

대역전의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던 후반 28분, 이감독은 또 하나의 카드를 뽑아들었다. 크로아티아 출신 외국인 골잡이 비카니치였다. 이감독의 빼어난 용병술은 2분 만에 결실을 얻었다. 랴오닝 진영 페널티 에어리어 오른쪽에서 넘어온 볼을 골문 왼쪽으로 쇄도하던 비카니치가 머리로 받아넣으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감독은 "중국에 온 지 5년 동안 돈보다는 명예를 위해 지도자 생활을 했다. 중국을 떠나더라도 '한국 감독은 뭔가 다르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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