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뽑은 회계사 연수시킬 곳 없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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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금융감독원이 공인회계사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분식회계를 막기 위해 회계인력 증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해부터 정원을 두배 늘려 1천명씩 뽑았지만 이들이 수습을 받을 수 있는 자리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회계사 시험 합격자들은 2년간 실무수습을 받아야 정식 회계사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대형 회계법인이 한해 채용하는 수습 회계사 인원은 3백여명선에 불과하다. 회계법인에서 일자리 찾기가 어려워지자 실무수습 기관으로 인정되는 금융기관과 상장회사 공채 때 회계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지망생이 수백명씩 몰리는 현상이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은 수습이 끝나면 떠날 것이라는 선입관 때문에 합격률은 별로 높지 않은 실정이다.

결국 지난해 1백30여명의 합격자가 수습기관을 찾지 못하게 되자 금감원은 교육비용을 공인회계사회와 분담하는 방식으로 '특별 실무수습 과정'을 만들었다.

올해는 4백여명이 이 과정에 들어가야 할 형편이어서 이들을 수용할 장소마저 부족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론 급여는 없다. 이때문에 올해 합격자 9백66명 전원이 1개월간의 연수를 거부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최현철 기자

chd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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