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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은 오렌지빛 '얼음 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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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인류의 우주 탐사 역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세워졌다. 토성 최대 위성인 타이탄 탐사선 호이겐스호가 지난 14일 오후 7시13분 타이탄에 도착, 2시간30분여 동안 하강하며 사진 350여장을 촬영하는 등 조사 작업을 벌였다.

호이겐스호는 착륙 충격 및 배터리 소진 등으로 작동이 바로 정지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타이탄 표면에 떨어진 뒤에도 2시간여 동안 기후.토양 관련 자료들을 수집했다. 총 5시간여에 걸쳐 수집한 자료들은 모선 카시니호를 통해 지구로 전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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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의 상공 8km 지점에서 호이겐스호가 주변을 360도로 돌며 찍은 모습을 합성했다(큰 사진). 흰 줄무늬 부분은 메탄 안개 지역으로 추정된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호이겐스호 착륙 지점. 고지대와 평지 간의 경계선과 해안선으로 추정되는 윤곽이 드러나 있다. 왼쪽 작은 사진에서는 강물이 흐른 듯한 흔적이 있는 짧고 뭉툭한 수로들이 해안선처럼 보이는 곳으로 연결돼 있다.[NASA.ESA AP=연합]

독일 다름슈타트에 있는 유럽우주국(ESA) 통제센터는 15일 "자료에 따르면 타이탄의 상공은 메탄으로 보이는 짙은 구름이 둘러싸고 있으며 표면은 오렌지빛 얼음 자갈로 이뤄져 있다"고 밝혔다. 얼음의 성분은 탄화수소와 물인 것으로 추정했다. 통제센터는 타이탄 표면이 젖은 모래나 진흙이 깔린 강바닥 같은 형태를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이겐스호는 이 밖에도 마이크를 통해 대기 중의 소리를 녹음했으며 지표면에 액체의 흔적이 있었는지를 조사했다. ESA는 이날 호이겐스호가 전송한 사진 중 일부를 공개했다.

하나는 얼음 자갈이 군데군데 박혀있는 타이탄의 지표면이다. 다른 하나는 16.2㎞ 상공에서 촬영한 것으로 해안선에 이르는 짧고 뭉툭한 배수로 형태를 보여준다. 오른쪽 어두운 지역은 액체 메탄의 저수지로 생각되고 있다. 8㎞ 상공에서 찍은 또 다른 사진에서는 호이겐스호의 착륙 지점으로 추정되는 장소를 볼 수 있다. 높은 지대와 낮은 평원 사이에 형성된 해안선 같은 지형이 나타나 있다. 호이겐스호는 이 밖에 상공 18~20㎞ 지점에 두터운 메탄 구름층이 존재한다는 증거도 포착했다.

타이탄은 30개가 넘는 토성의 위성 중 가장 크다. 1655년 네덜란드의 크리스티안 호이겐스가 발견했다. 지름이 5150㎞로 달이나 수성 등보다 크다. 태양계 위성 중에서 유일하게 대기를 갖고 있으며 대기 구성물질도 질소.메탄 등으로 원시 지구와 비슷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호이겐스호가 보내온 자료들을 앞으로 몇 년간 정밀 분석하면 원시지구에서 지구 생명체가 형성된 과정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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