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마약 수사 경찰에 넘겨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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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검찰은 법률과 경찰에 대한 지휘감독이란 두가지 칼로 인권을 보호하라는 책무를 부여받은 국가기관입니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

김종구(金鍾求·사진) 전 법무장관이 지난달 펴낸 『형사사법개혁론』이 최근 서울지검의 피의자 구타 사망사건을 계기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구타 사망사건 이후 대검이 8일 내놓은 제도 개선 방안이 이 책 속에 대부분 들어 있기 때문이다.

수사기관 조사과정에 변호인 입회를 허용하는 방안을 제외하고 참고인 강제구인제와 허위진술죄, 사법방해죄 등이 도입 필요성 설명과 함께 두루 언급돼 있다.

金전장관은 이 책에서 "조직폭력사범과 마약사범 검거 등 경찰이 해야 할 일에 검찰이 직접 끌려들어간 것은 문제"라면서 "검찰이 잠복했다가 범인을 잡고 자백받는 등 손에 피를 묻히는 일은 그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 수사를 다듬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신 검찰은 공직자 부패·화이트칼라 범죄·중요 경제 사건 등을 직접 수사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찰이 조사한 것을 검찰에서 다시 조사하는 것은 국가적 낭비인 동시에 검찰의 수사기관화를 부추기는 단초"라면서 "경찰의 조서도 검찰의 조서와 마찬가지로 증거능력을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1995년 사법개혁 당시 검찰뿐 아니라 경찰의 조서에 대해서도 증거능력을 인정하자는 쪽으로 정부가 개선안을 냈으나 국회에서 "경찰 수사를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두 차례나 거부됐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金전장관은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경찰이 조사한 범죄를 검찰이 다시 재조사하는 일만 없애도 국민 세금이 엄청나게 절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범죄자 인권보장과 함께 법질서 확립및 범죄 피해자 인권회복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조강수 기자

pinejo@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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