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P 단맛' 한국도 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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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증시가 미국 금리 인하의 덕을 볼 수 있을까.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큰 폭(0.5% 포인트)으로 금리를 내리자 투자자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최근 오름세를 보이는 주가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경험적으로 보면 미국이 금리를 내린 뒤엔 국내 주가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증권이 지난해 8월 이후 미 금리 인하 시점(5번)을 기준으로 전후 10일간의 주가 흐름을 분석한 결과, 인하 전엔 종합주가지수가 평균 1.5%가량 떨어졌다. 그러나 금리를 내리고 난 뒤 10일간 종합지수가 평균 4.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를 내리면 ▶시중자금이 은행보다는 증시 문을 두드리고▶소비가 늘면서 기업 실적이 좋아져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된다. FRB가 금리를 인하한 후 종합지수가 오른 것은 투자심리가 살아난 외국인들의 자금이 유입될 것이란 기대감과 국내에서도 저금리 기조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지난 해 8월 이후 FRB가 금리를 내린 뒤 10일 동안 운수장비(7.9%)·기계(6.2%) 등이 많이 오른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들 업종의 부채비율이 높기 때문에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 금융 부담이 줄 것이라는 전망이 호재가 된 것이다.

<그래프 참조>

이와 관련, 우리증권 김석생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7일 콜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한 것처럼 당분간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돈이 풀리면서 증시 수급에 도움을 줄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증권도 이날 "시중자금이 채권보다는 주식을 선호하게 돼 유동성 장세(풍부하게 풀린 돈의 힘으로 주가가 오르는 것)가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한국은행은 7일 "그동안 FRB의 금리 인하 기대로 미 증시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더 오를 여력은 크지 않다"며 "금리 인하가 국내 증시의 하락을 막을 수는 있겠지만, 적극적으로 주가를 끌어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교보증권 김석중 상무는 "과거 경험에 비춰 시중자금이 증시로 들어오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앞으로 금리보다는 기업 실적에 따라 주가가 차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상무는 "인하 폭이 워낙 컸기 때문에 투자심리를 띄우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증권 신성호 이사는 "FRB가 발표를 하는 순간 금리 인하의 효과는 떨어졌다"며 "그렇지만 지난 해부터 금리를 내린 효과가 내년 2분기 정도에 나타나면 미 경기가 바닥을 치면서 양국 증시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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