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한국 선원 4명 잡고 ‘대남 압박’ 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북한의 천안함 도발 로 경색된 남북관계에 ‘대승호’란 돌출 변수가 불거졌다. 4명의 한국인 선원과 선박을 불법 조업 등의 혐의로 나포한 북한이 남측을 압박할 카드를 확보한 셈이 됐기 때문이다. 정부로서는 대북 압박 국면에서 북한과의 협의를 통해 선원을 조속히 석방토록 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됐다.

하지만 남북 당국 관계가 녹록지 않은 점이 문제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불만을 품어온 북한은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대남 위협을 노골화하고 있다. 북한 군부는 지난 3일 우리 군의 해상 기동훈련을 문제 삼아 “강력한 물리적 대응타격으로 진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8일 “북한은 월선 경위 등을 조사하겠다며 시간을 끌 것”이라며 “이번 사태를 대남 기선 제압에 활용하려 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남측이 북한의 요구대로 움직이지 않을 경우 “공화국을 정탐하는 활동을 했다”는 등의 이유를 붙여 억류 사태를 장기화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번 사태가 남북 간 대화의 계기가 될 것이란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온다. 특히 대승호에 3명의 중국인 선원이 타고 있는 점이 변수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까지 얽히게 하면서 장기 억류 상황으로 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사건이 동해 공해상에서 조업 중 벌어졌다는 점에서 당장 남북 간 직접 채널로 북한과 접촉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영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