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준일의 마켓 워치] 자문형 랩, 주가 조정시 변동성 커질 리스크 상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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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랩 어카운트의 인기가 뜨겁다. 공모형의 주식형 펀드에 비해 경쟁력 있는 수익률을 보이고 있어 최근 강남의 VIP 고객들로부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을 받고 있는 상품이 자문형 랩이다. 이 상품은 증권사와 투자자문사가 자문계약을 통해 투자자문사가 제공하는 10여 개의 소수 종목에 대한 투자자문을 받아 운용하는 상품이다. 기존의 주식형 펀드가 지지부진한 성과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은 사이 그 틈새를 파고든 것으로 해석된다.

자문사들이 선호하는 소수 종목들을 가리켜 일명 ‘7공주’니 ‘4대 천황’이니 하는 신조어까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VIP 고객들의 자산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일견 ‘묻지마 투자’로 보여지는 현재의 시장 분위기가 상당히 걱정스럽다.

주식형 펀드와 자문형 랩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종목당 투자한도와 주식의 최저 편입 제한이다. 일반적인 주식형 펀드가 50여 개의 다양한 종목에 분산투자하며 시장 수익률 초과를 목표로 운용되는 것과 달리 자문형 랩은 10여 개의 소수 종목에 투자해 절대 수익을 추구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이는 공격적인 투자자의 경우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은 분명 양날의 칼이다. 바꿔 말하면 몇 종목에 ‘몰빵식’ 집중 투자를 해도 제재받을 이유가 없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모두가 위험하다며 투자를 주저할 때 항상 기회가 숨어 있지만, 반대로 모두가 기회라고 얘기할 때 항상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자문형 랩 상품은 시장상황과 관계없이 소수 종목의 변동성이 랩 상품의 변동성으로 확대될 수 있는 위험이 있으며, 주가 조정기에는 특히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PB본부에서는 투자자문사의 고유한 운용 스타일을 분류해 고객의 투자성향에 따라 자문사를 선택할 수 있는 자문형 신탁상품을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다. 고객의 편리성과 운용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상품으로 단기적인 운용성과에 따라 수익률의 양극화가 심한 기존의 자문형 랩에 비해 투자성향에 적합한 수익 추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앞으로도 자문형 상품시장에서 금융기관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이는 투자자의 입장에서 경쟁력 있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에 금융기관들은 상품의 리스크를 고객에게 확실히 인지시키고 고객성향에 적합한 상품을 안내할 책임이 있다. 고객은 투자 상품에 대한 세심한 주의와 냉철한 판단력으로 리스크를 점검하고 가입해야 한다. 또한 감독 당국에서도 상품의 리스크가 고객에게 제대로 인지될 수 있도록 감시 감독체계를 강화하고 규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하반기에는 더욱 성숙된 투자문화를 기대해 본다.

권준일 하나은행 PB본부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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