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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춘부에서 재즈 디바가 되기까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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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본명은 엘리노라. 열한살에 이웃집 남자에게 강간당했고 3년 후 할렘가에서 매춘부 생활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유일한 벗은 음악이었다. 루이 암스트롱을 들으며 그녀는 재즈에 눈떴다. 그리고 재즈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이름을 남겼다. 바로 빌리 홀리데이(사진)다.

아름다우면서도 영혼을 적시는, 노래를 불러온 빌리 홀리데이의 인생은 파란만장했다. 케이블·위성채널인 Q채널은 30일 밤 9시 '블루스를 부르는 여인, 빌리 홀리데이(원제 Billie Holiday-Sensational Lady)'에서 천상의 목소리를 지녔지만 실제 삶에서는 불행의 그늘을 안고 산 그녀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렸을 때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맡겨져 자란 그녀는 열살 때는 감화원에서 끔찍한 나날을 보내기도 했다. 어린 나이에 강간을 당한 그녀는 할렘가에서 매춘부 생활을 시작했다. 매춘굴에서 섹스와 알콜·마리화나에 빠져있던 그녀는 루이 암스트롱의 레코드를 들으며 현실의 고통을 잊었다. 마침내 무대에 오르는 기회를 잡은 그녀는 자신만의 창법과 호소력으로 점점 유명해 졌다.

18세에 첫 음반을 냈고 23세 때는 듀크 엘링턴·카운트 베이시·아티 쇼 같은 재즈 거장들과 함께 녹음도 했다. 미국 각 주 순회공연에도 나섰지만 당시 팽배해 있던 인종차별주의에 막혀 중도 하차해야만 했다.

그녀에게 노래할 수 있는 숨통을 틔워준 곳은 뉴욕 맨해튼 시내에 있던 '카페 소사이어티(Cafe Society)'.

당시로선 드물게 유색 인종에게 개방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대표곡인 '스트레인지 프루트(Strange Fruit)'를 처음으로 불렀다. 그러나 마약을 접하면서 그녀의 삶은 점점 황폐해졌다.

마약 소지죄로 1년형을 살고 나온 홀리데이는 이후에도 아편 중독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빌리는 1959년 7월 10일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한때 세상을 주름잡은 재즈 디바의 외롭고 초라한 죽음이었다.

영국의 BBC가 제작한 이 다큐멘터리는 홀리데이의 측근들을 인터뷰한 내용과 희귀한 라이브 공연 장면을 함께 담었다.

박지영 기자

naz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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