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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협상 왜 진통 겪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또다시 합의에 실패했다. 사흘 뒤에 우리 입장은 다시 통보한다지만 결과는 불투명하다. 4년이나 끈 협상이 아직도 진통을 겪는 것은 협상력 부재 때문이 아니다. 우리 국내사정 때문에 농산품 일부를 예외로 할 것을 우리가 주장했고 이에 칠레도 금융 등을 예외로 하자고 맞대응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칠레와의 FTA 추진 과정에서 겪는 진통은 앞으로의 대외통상 및 국내산업 정책에 큰 교훈과 경고를 던지고 있다. 우리가 먹고 살기 위해서는 더욱 적극적인 통상정책을 펴나가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비전을 갖고 산업정책 측면에서의 구조조정과 정치·사회적 측면에서의 이해집단 설득에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칠레와의 FTA에서는 사과·배·포도 등 과일을 포함한 농업이 이슈가 됐지만, 앞으로 FTA를 더욱 확대해나가는 과정에서 중소기업·대기업은 물론 서비스·정부조달·지적재산권·경쟁·반덤핑·무역규범 등 모든 교역 분야가 다 이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1998년부터 민간연구기관 공동연구 단계에서 출발해 이제 업계·정부·학계가 참여하는 산관학(産官學) 공동연구 단계에 온 일본과의 FTA에서는 중소기업 분야가 이슈가 되고 있다.

일본과의 FTA 득실은 좀더 냉정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그러나 이슈가 농업이든 제조업이든 FTA의 득실은 단순한 무역수지가 아니라 소비자 후생 증대, 경제구조 개선 촉진, 외국인 직접투자 효과, 지역주의에의 대응, 경제블록 편입에 따른 지역안보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중국이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과 FTA를 추진하고 있고, 이미 수많은 나라와 FTA를 맺은 멕시코에서 한국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 등은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다.

칠레와의 FTA 문제뿐 아니라 더욱 적극적인 통상정책을 추진하려면 국내에서 이에 대한 준비를 평소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개방으로 어느 특정 산업만이 피해를 보는 단계는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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