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뉴스] “검은 종이에 약 바르면 달러 된다” 10명 태국 데려가 블랙머니 사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제3세계 정권이 비자금으로 만든 일명 ‘블랙머니’를 달러화로 바꾸는 사업에 투자하라”고 속여 10억여원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박모(57)씨 등 4명을 구속했다고 5일 밝혔다. 또 공범인 이모(53)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달아난 나이지리아인 P(32) 등 4명을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오모(53)씨 등 10명에게 “앙골라·말레이시아 전직 대통령들이 검은색 잉크를 칠해 숨겨 놓은 달러화와 유로화 등 ‘블랙머니’를 입수했다”며 투자를 권했다. 약품 처리만 하면 정상적인 화폐로 되돌릴 수 있으니 약품 구입 비용 등을 대라는 것이었다. 투자금 대비 두 배의 수익을 돌려주는 조건이었다. 이들은 투자자들을 태국 방콕의 한 오피스텔로 데려가 블랙머니를 진짜 화폐로 바꾸는 실험을 보여줬다. 꼼짝없이 믿게 된 투자자들은 박씨 등에게 10억여원을 건넸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박씨 등은 진짜 화폐를 겨드랑이나 소매 등에 감춰 놓았다가 블랙머니와 바꿔치기 하는 수법으로 투자자들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만든 블랙머니는 일반 먹지에 지폐 문양이 희미하게 비치게끔 인쇄한 것이었다. 경찰은 “과거에도 비슷한 사기 사건이 있었지만 투자자들을 외국까지 데려가 시설을 보여주는 수법을 쓴 것은 이들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정선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