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풍기획 문건' 파문>한나라 반색 민주당 곤혹 검찰측 답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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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1일 국민일보가 보도한 '병풍(兵風)기획 문건'을 두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극단적으로 엇갈린 대응을 했다.

한나라당은 이를 받아 "병풍이 조작임이 재차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김영일(金榮馹)사무총장은 "8월 초 작성됐다는 이 보고서는 그 이후 상황 전개와 일치해 민주당과 시민단체·검찰·김대업(金大業)씨가 공모하고 짜맞췄다는 사실을 입증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표 참조>

金총장은 특히 "11월까지 이회창(李會昌)후보를 살려둬야 한다는 데 어안이 벙벙하다"며 "한화갑(韓和甲)민주당 대표, 박지원(朴智元)청와대비서실장, 박영관(朴榮琯)서울지검 특수1부장, 김대업씨를 모두 구속수사해 병풍수사를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이 문건이 지난 8월 민주당 이해찬(李海瓚)의원이 "지난 3월 검찰 측이 병풍 정치 쟁점화를 요청했다"고 한 발언이나, 지난 6월 천용택(千容宅)의원이 최고위원회의에 "한나라당이 병역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를 고발토록 공세를 펴 검찰 수사를 유도하고 김대업씨 등이 양심선언 기자회견을 한다"고 보고한 문건과 '병풍 공작'흐름에서 맥을 같이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민주당 이낙연(李洛淵)대변인은 "누구도 이런 문건을 만든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문건의 출처와 작성시점 등이 석연찮다"며 "여러 의문점을 갖고 있고 추적 중인데 그 결과에 따라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역(逆)공작'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찌라시 수준의 문건"(민영삼 부대변인)이란 말도 나왔다.

그러나 당내에선 병풍이 조작이란 한나라당의 공세가 거칠어지는 시점에 또 다른 '악재(惡材)'를 만났다는 곤혹스러움이 당직자들 얼굴에서 배어나왔다.

병역비리진상규명소위 위원장 천용택(千容宅)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장에서 "나는 보지도 듣지도 못한 문건"이라며 "왜 문건만 나오면 나를 지목하느냐"며 불쾌해 했다.

법무부와 검찰도 "근거없다"고 일축했으나 대응 방안이 없어 답답해 했다. 문건대로 수사 결과 발표가 늦춰지고 있는데다 서울지검장이 교체됐기 때문이다.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서울지검 정현태(鄭現太)3차장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검의 한 부장검사는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상황에서 수사 결과를 내놓는 것도 부담스러운데 이제는 발표 시기를 놓고서도 시비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했다.

이준(李俊)국방장관은 문건에서 국방부 김창해 법무관리관·고석 법무과장 교체를 언급한 것과 관련,"지시나 통보받은 바 없다"고 이날 말했다.

김대업씨도 "6월 중순께 천용택씨를 20∼30분 정도 만난 이후 정치인을 접촉한 일이 없다"며 "완전한 날조"라고 주장했다.

고정애·서승욱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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