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팔당호에‘희망 연꽃’피었습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2500만 수도권 주민의 식수원인 팔당호 수질도 개선하고 마을의 생태 관광자원도 조성하자’.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1리 팔당호 농민들이 3년 전 생태마을 조성을 시작하면서 내건 슬로건이다. 수도권 식수원을 보호하면서 친환경마을을 만들어 농가 소득도 올리겠다는 게 농민들 생각이었다.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1리 주민들이 팔당호 변 연꽃단지에서 즐거운 표정으로 연잎 채취작업을 하고 있다. [전익진 기자]

2007년 6월, 하천 부지에서의 농사가 관련법 개정 추진으로 오래 지속되기 어렵게 된 게 계기가 됐다. 이들은 10∼30여 년 전부터 하천 부지를 정부로부터 빌려 농업에 종사해 오고 있었다. 4대 강 정비 사업과 팔당호 주변 공원화 사업 등이 정부와 경기도에 의해 추진된 것도 농민들이 새로운 활로 찾기에 나선 이유였다.

마을 주민들은 농사를 짓지 않고도 하천 부지를 친환경적으로 활용해 농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농촌마을 살리기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팔당호 수질 개선에 기여한다는 대전제가 설정됐다. 묘안을 찾던 끝에 67가구 농민들은 지난해 2월부터 하천 부지에서의 농사를 중단하고 생태공원 조성을 통해 마을 가꾸기 사업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농민들은 농경지로 사용했던 하천 부지 8만2500㎡를 연꽃단지로 탈바꿈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 연은 비료와 살충제를 뿌리지 않아도 재배할 수 있고 연잎과 뿌리를 가공하면 농가 소득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다. 능내1리 조옥봉(41) 이장은 “생태공원을 조성한 덕분에 시로부터 1억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았다. 마을은 5000만원의 저렴한 비용을 부담해 지난해 말 생태공원 조성사업을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팔당댐과 다산유적지 중간지점 팔당호 변에 위치한 생태공원 곳곳에는 요즘 다양한 형태와 색깔의 연꽃이 장관을 이룬다. 연꽃 밭 사이로 폭 2∼3m, 2㎞ 길이의 흙길 산책로와 폭 60∼80㎝, 1.5㎞ 길이의 산길 산책로도 조성됐다. 팔당호 안으로 조성된 연꽃 밭을 감상할 수 있는 나무다리와 원두막도 세워졌다. 지난달 초에는 관광 명물이 될 수 있는 황포돛배도 연꽃단지 옆 옛 소내나루터에 띄웠다.

농민들은 지난달 1일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고 연잎과 뿌리(연근)·연잎차·연꽃차·연꽃화분 등을 본격 생산·판매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총 3억원의 농가 소득을 기대하고 있다. 소득은 67가구가 똑같이 나누기로 했다. 상복도 터졌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말 이 마을에 ‘지역공동체 형성을 통한 마을 가꾸기 사업’ 대상을 수여했다. 또 친환경마을 소문이 전국으로 퍼져 나가면서 최근엔 용인시·연천군·군산시·제주도 등지에서 공무원과 주민들이 잇따라 벤치마킹을 다녀갔다.

마을 주민 김인식(54)씨는 “조성된 연꽃단지를 생태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마을 발전을 앞당기기 위해 지난달 31일 연꽃단지 생태공원에서 ‘제1회 능내1리 다산 연꽃축제’를 남양주시와 지역주민들이 힘을 모아 개최했다”고 말했다. 이석우 남양주시장은 “시는 총사업비 7억8000만원을 지원해 능내1리 등 13개 마을 주민들과 지역공동체 형성을 통한 마을 가꾸기 사업을 벌이고 있다”며 “마을 가꾸기 사업은 저이산화탄소 녹색성장이 가능한 방향으로 정해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남양주=전익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