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김형주·이은희 '金 연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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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한민족의 날이었다. 2일 부산아시안게임 유도 경기장인 구덕실내체육관에는 대한민국과 북한의 국가만 울려퍼졌다. 네 체급 경기 중 한국이 세 개의 금메달을, 북한이 나머지 한 개의 금메달을 따내 남북한 잔치판이 됐다. 한국은 이은희(여자 52㎏급)·김형주(남자 66㎏급)·최용신(남자 73㎏급)이, 북한은 홍옥성(여자 57㎏급)이 주인공이었다.

축포는 최용신(24·마사회)이 먼저 터뜨렸다. 준결승에서 우즈베키스탄의 아크바로프를 허리후리기 절반으로 무너뜨린 최용신은 결승에서 일본의 가나마루를 맞아 1분34초 만에 다리잡아메치기로 효과를 얻어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남북녀(南男北女)라는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곧이어 매트에 오른 북한의 홍옥성은 경기 종료 직전 일본의 구사카베 기에를 다리잡아메치기(절반)로 매트에 뉘어 북한에 유도 첫 금메달을 안겼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남북 응원단의 기를 넘겨받은 듯 김형주(26·마사회)와 이은희(23·성동구청)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김형주는 결승에서 투르크메니스탄의 누르무함메도프를 2분3초 만에 전매 특허인 업어치기로 메쳐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은희는 예선 2차전에서 우승 후보 계순희를 꺾어 파란을 일으킨 중국의 시안동메이에게 허벅다리걸기로 유효를 두 개 얻어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했다. 이은희는 준결승에서 우승 후보이자 올해 독일오픈 결승에서 진 적이 있는 요코사와와 맞붙어 2분20초 만에 허벅다리걸기 절반을 얻어 결승에 올랐다.

김형주와 이은희는 4년 전부터 사귀며 결혼을 약속한 사이라 동반 금메달의 감회가 더욱 깊었다. 금메달을 목에 건 김-이 커플은 기자회견장에 나란히 앉아 "서로의 격려가 동반 금메달의 밑거름이 됐다"고 한목소리를 낸 뒤 내년 세계선수권과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낸 후 웨딩마치를 울리겠다고 밝혔다.

한편 계순희는 패자 결승전에서 일본의 요코사와 유키를 2분30초에 다리잡아메치기(절반)로 넘어뜨렸고, 여자 57㎏급의 김화수(26·경남도청)도 패자 결승전에서 중국 쉔 준을 꺾어 나란히 동메달을 획득했다.

부산=문병주 기자

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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