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조 현금 있으면서 납품사엔 어음 주다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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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수십조원의 현금이 있으면서 납품사에는 현금 대신 어음으로 결제하지 않았는지, 그것도 일주일짜리 (어음을) 안 주고 한 달짜리를 주지 않았는지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그는 “현금을 쌓아두고 어음으로 결제하는 것은 욕심을 넘어선 탐욕”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 제주 하계포럼을 찾은 자리에서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손병두 KBS 이사장(전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윤 장관,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과의 비공개 티타임에서 “기업이 이익 많이 난다고 가슴 아프다고 하면 기업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기업이 잘한다고 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가슴이 아프다’고 하는 장관은 어느 나라 장관인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손 이사장의 발언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최근 강연 내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고려대 경영대학원 교우회 초청 특강에서 “올 2분기 삼성전자가 5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는 언론 보도가 크게 났는데 이를 공감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며 “청년실업률이 8%를 넘어서고 있고, 상대적 빈곤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르면 다음 달 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 하도급 관행을 개선하는 종합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이상렬·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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