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를 따라가면 인류 문명이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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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문자의 역사는 인류 문화사와 궤를 같이 한다. 문자가 나타나면서 비로소 인류의 생활상이 기록돼 후세에 전해지게 됐다. 따라서 문자사(史)를 따라 가는 여정은 문명의 근원을 찾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EBS가 오는 7∼9일 밤 10시에 방송하는 3부작 다큐멘터리 '문자(文字·사진)'는 바로 이런 시원(始原)으로의 여행이다. 여정은 길고 험난했다. 제작팀은 문자가 최초로 발명된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과 나일강 유역을 두달여 동안 샅샅이 뒤졌다. 이들이 거쳐간 국가만 9개국. 섭씨 50도를 넘나드는 폭서와 1백여m의 암벽을 오르는 험난한 일정 속에서, 마치 '로드 무비'처럼 문자의 이동 경로를 담았다.

이번 취재에 동행한 언어학자 배철현 교수(세종대)는 "육체적으로 힘든 여정이었지만, 고대인들의 기록을 쫓고 해독하는 과정은 문명사를 재확인하는 뜻깊은 작업이었다"며 "특히 외부 세계와의 단절로 상당 부분이 베일에 가려 있는 이라크의 모습을 담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1부 '위대한 탄생'에선 인류 최초로 문명을 일궈 낸 수메르인들을 중심으로 문자의 탄생과 수메르 문명의 발전 과정을 알아 본다. 이들이 사용한 '쐐기문자'가 왜 인류 최초의 문자인지, 어떤 과정을 거쳐 세계로 전파됐는지 의문점을 풀어 본다. 이어 2부 '끝없는 도전'에서는 '고대 문자 해독의 꽃'으로 불리는 이란의 베히스툰 비문을 해독해 찬란했던 페르시아 제국의 문화를 소개한다. 고대 페르시아의 전설적인 왕 다리우스는 산 암벽에 세 개의 언어로 부조(浮彫)를 만들어 놓았는데, 이것이 바로 베히스툰 비문이다.

취재진은 지금껏 한번도 서방 방송 카메라에 등장한 적이 없는 이 비문을 65m 위에 설치된 가설치대 위에서 근접 촬영했다. 끝으로 3부는 알파벳의 탄생과 전파 경로를 추적한 '알파벳 혁명'이다.

한편 이번 프로그램에선 세계 최고의 고대 근동(近東)언어학자로 꼽히는 하버드대 휴네 가르트 교수 및 대영 박물관의 크리스토퍼 워커 박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권위있는 해석도 실었다.

이상복 기자

jiz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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