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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바위·상여바위… 곳곳에 선녀와 가난한 총각 ‘사랑의 전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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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호 04면

경남 고성 선유산

경남 고성군 영오면 선유산에는 전설이 있다. 주인공은 총각 ‘강수’와 하늘나라 선녀. 강수는 나무를 해 부모를 봉양하는 가난한 총각이었다. 하지만 얼굴 생김이 빼어나게 잘생긴 미남이었다. 어느 날 인간 세상을 살피러 잠시 내려온 선녀는 강수를 보자마자 한눈에 반하고 만다. 강수를 그리워하던 선녀는 하늘나라의 법도를 어기고 인간 세상으로 내려온다. 함께 내려온 시녀들에게 나무를 하게 한 뒤 선녀는 강수와 달콤한 사랑을 나누었다. 그 장소가 바로 선유산 정상 부근이란 것이다.

산행길 조용한 경남 고성 선유산

고성 선유산의 유래는 인근 마을 주민 사이에 전해 내려왔다. 2005년 지역 산행 모임인 ‘영오산악회’가 앞장서 등산로를 정비하면서 이 이야기를 산 정상 표지판에 적어놓았고, 이를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됐다. 영오산악회 초대 회장을 지낸 김인선(79ㆍ경남 고성군 양산리)씨는 “어렸을 때 동네 어른들에게 늘 들었던 이야기”라고 들려주었다.

대부분의 전설이 그렇듯 선유산의 이야기도 해피엔딩은 아니다. 어느 날 강수는 몹쓸 병에 걸려 갑자기 죽고 말았다. 그 사실을 몰랐던 선녀는 매일 인간 세상으로 내려와 강수를 찾아 헤맸다. 이 사실을 안 하느님은 법도를 어긴 선녀를 하늘나라에서 내쫓았고, 상사병에 걸린 선녀는 결국 인간 세상에서 죽게 됐다. 그 선녀의 넋이 선유산의 무지개로 변했다는 게 선유산의 전설이다.

선유산은 높이 418m의 아담한 산이다. 연촌마을에서 출발하는 등산 코스를 따라가면 2시간30분 만에, 양호마을에서 출발하면 40분 정도면 정상에 도착한다. 양호마을에서 출발하는 코스는 경사가 가파르고 길이 좁아 이용하는 사람이 적다. 사람 발길이 뜸한 틈을 타 길까지 자라난 풀들 때문에 군데군데 길이 끊긴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초행길이라면 연촌마을 코스가 적당하다.

전설의 흔적은 선유산 곳곳에 있다. 정상 부근의 ‘띠바위’는 선녀와 강수가 사랑을 나눌 때 이를 숨기기 위해 시녀들이 산을 에워싸고 지키던 곳으로, 선녀가 죽은 뒤 시녀들도 같이 죽어 띠바위로 변하고 말았다는 이야기가 남아 있다. ‘상여바위’에 얽힌 이야기도 애잔하다. 선녀가 죽었다는 소식에 하느님이 상여는 보내왔는데, 이 상여가 다시 하늘나라로 올라가지 못하고 산에 머물다가 바위로 변했다는 것이다. 죽어서까지 강수의 곁을 떠나지 못한 선녀의 순정이 소박하고 부드러운 산세와 썩 잘 어울린다.

고성 선유산은 전국적인 관광지라기보다 지역 주민들의 일상적인 생활공간에 가깝다. 휴가철이지만 조용한 산행이 가능한 산이다. 하지만 그래서 불편한 점도 있다. 등산로 입구에 가게나 음식점이 있겠지, 기대하고 대충 길을 나섰다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산 주변을 통틀어 상업적인 시설이 하나도 없다고 보면 된다. 산이 있는 영오면에 가기 전에 음료수와 간식·모자 등을 꼼꼼히 챙겨가야 한다. 만약 가파른 양호마을 코스에 도전할 계획이라면 등산지팡이도 필수다.

어쨌든 선유산은 반나절 정도면 완등이 가능하다. 산행을 마친 뒤엔 고성의 상징, 공룡의 발자취를 따라가 볼 시간이 충분할 터다. 마침 고성에선 ‘깨어나는 신비의 성, 고성의 비밀-공룡&역사’라는 주제로 ‘제8회 공룡나라 축제’가 한창이다. 축제는 8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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