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 재·보선] ‘위기의 리더십’ 정세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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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당권투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지게 됐다. 7·28 재·보선에서 패배하면서다. 최대 격전지인 은평을에서 무릎을 꿇었고 송영길 인천시장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과 이시종 충북지사의 지역구였던 충주에서도 한나라당에 패했다. 2000년 이후 야당이 재·보선에서 여당에 패배하기는 처음이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오른쪽에서 둘째)가 28일 밤 서울 영등포 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개표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왼쪽부터 이미경 사무총장, 박지원 원내대표, 정세균 대표, 박주선 최고위원. [안성식 기자]

이로써 공천과 선거운동을 주도했던 정세균 대표 체제가 흔들리게 됐다. 정동영 의원 등 비주류 측이 공세를 강화하면서 주류·비주류의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 대표 체제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이었던 손학규 전 대표 측에서도 ‘공천 실패 책임론’을 제기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민주당이 그간 강조해온 ‘정권 심판론’이나 ‘4대 강 반대 투쟁’도 동력이 약해지게 됐다.

비주류 측의 한 의원은 28일 “지방선거 승리를 지키지 못한 것은 민주당이 자성하라는 국민들의 주문”이라며 “당 지도부는 이제 임기가 다한 만큼 물러나고 임시지도부를 구성해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8월 중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를 치를 예정이다. 주류 측은 비주류 공세에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전당대회 국면에서 지도부 책임론을 얘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재·보선 결과와 상관없이 전당대회 준비기구를 구성해 전대를 치르기로 한 만큼 임시지도부 구성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개표 상황을 보던 당직자들의 표정은 굳어졌다. 최대 승부처인 서울 은평을을 포함, 8곳 중 4곳에서 개표 초반부터 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박지원 원내대표와 이미경 사무총장, 박주선·김진표 최고위원 등의 얼굴에선 미소가 사라졌다. 개표 시작 전 나왔던 “서울 은평을은 이길 것”이라는 희망 섞인 이야기도 종적을 감췄다.

정 대표는 밤 10시10분에야 당사를 찾았다. 허탈한 미소를 띤 채 모여있던 당 지도부 및 기자들과 악수를 나누면서도 정 대표는 “고생 많았다”, “여러분이 응원을 많이 해줬는데…”라는 정도의 말만 했을 뿐이다.

그는 기자들이 소감을 묻자 “저와 당 지도부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국민의 뜻을 받들겠습니다”라고 한 뒤 곧 상황실을 떠났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패배 원인과 관련, “이명박 정권에 대해 민심이 떠나있는데도 공천에서 안이한 판단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국민이 무섭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글=신용호·백일현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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