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라크와 80년대엔 동지 세균무기 기술 전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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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때의 동지가 사생결단의 적으로…."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23일자 최신호(사진)에서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에 있는 미국과 이라크가 한때는 이란의 반미(反美) 이슬람 혁명에 맞서 손을 잡은 우방이었다"며 양국의 악연(惡緣)을 소개했다.

뉴스위크는 '우리는 사담 후세인을 어떻게 도왔는가'라는 기사에서 "1980년대 전세계 석유기지였던 중동의 안전을 위협하던 이란 혁명정권을 위축시키기 위해 미국은 세균전 기술까지 제공하며 후세인 정권을 적극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이라크 공격론의 선봉에 서 있는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83년 12월 20일 바그다드에서 후세인과 정중한 악수를 나눴던 사이였다. 당시 레이건 행정부의 민간인 특사 자격으로 이라크를 찾은 럼즈펠드와 후세인이 만나는 장면은 이라크 관영TV에서 촬영했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양국의 밀월관계는 79년 이슬람 혁명으로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렸던 이란의 호메이니 정권에 대응해 시작됐다.

뉴스위크는 레이건 행정부가 이란의 반미 정권과 80년부터 전쟁 중이던 이라크에 '적의 적은 동지'라는 방침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독재자'인 후세인을 당시 행정부의 몇몇 관료들은 "이집트의 개혁·개방을 추진했던 안와르 사다트 전 대통령과 같은 지도자"로 간주할 정도였다는 것이다.

럼즈펠드 방문 후 미국의 이라크 지원은 강화됐다. 뉴스위크는 기밀문서를 인용,"이후 미국은 이라크에 헬리콥터 등은 물론 탄저균 등 생화학무기 생산에 사용될 수 있는 박테리아·균류와 1백50만개의 아트로핀(신경가스 해독제)도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또 미국은 87년 걸프해의 미 구축함 스탁호가 이라크 미사일에 맞았을 때 "이라크의 실수"로 용인해 주고, 오히려 이란이 걸프해의 불안을 확대시킨다고 비난했다. 이같은 미국의 지원으로 88년 이란-이라크전이 끝나면서 후세인은 중동의 실권자로 부상했다고 뉴스위크는 평가했다.

그러나 후세인은 90년 쿠웨이트를 침공했고, 지난해 9·11 테러 이후에는 대량살상무기를 제조하고 테러를 지원하는 '악의 축'으로 지목됐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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