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안전투자지로 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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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지난해 9·11 테러 이후 미국과 유럽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은 것과 달리 아시아 경제는 별 영향을 받지 않은 데다 최근엔 안전한 투자 지역으로 국제 투자자들에게서 각광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은 9·11 사태 이후 파키스탄과 인도네시아 등 일부 이슬람 국가가 경제적으로 불이익을 받았으나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아시아에서 9·11의 최대 피해국으로 인도네시아를 꼽았다.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9·11 테러 사건 이후 안전 문제가 대두되며 올 상반기 외국인 직접투자가 23억달러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43억달러)에 비해 42% 가량 줄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가 안정된 경제 상황을 보였다. 특히 대외 경제활동의 지표로 꼽히는 항공운수업의 경우 아시아의 약진은 유럽과 북미의 부진과 큰 대조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 항공사들은 미국 내 여객운송 부문의 비중이 미국과 유럽 항공사들에 비해 업체들에 훨씬 작기 때문에 여객 감소의 타격을 비교적 덜 입었다. 또 아시아 항공사들은 미주 노선에서 겪는 어려움을 아시아 지역, 특히 대 중국 노선 여행객의 급증으로 상쇄하고 있다. 지난 7월 세계 여객 운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9% 감소했으나 아시아에서만큼은 2.6% 늘었다.

미국의 델타항공은 올 상반기 손실액을 5억8천여만달러라고 밝힌 반면 홍콩의 캐세이 패시픽항공은 올 상반기 순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 증가했고, 오스트레일리아의 콴타스 항공도 이익이 3%나 늘었다.

AWSJ은 지난 1년간 월드컴과 엔론 등 기업 회계 부정 스캔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전세계 주식 및 채권 투자기관들의 관심이 위험도가 낮은 아시아 증시의 주식과 채권에 쏠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펀드 매니저들이 투자의 기준으로 사용하는 모건 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의 극동지수는 올들어 5.67% 하락에 그친 반면 세계지수와 북미지수는 19.29%와 22%씩 큰 폭으로 떨어졌다. 아시아 채권에 대한 위험도 평가가 낮아지면서 기준금리에 붙는 가산금리도 떨어지고 있다.

메릴린치에 따르면 아시아지역 투자등급 채권의 가산금리는 1.66%포인트에 불과한 반면 미국의 투자등급 외 채권인 정크본드의 가산금리는 2.24%로 간격이 벌어졌다. 종전에 아시아채권이 거의 정크본드 대접을 받았던 데 비하면 아시아채권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개선된 셈이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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