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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테이킹 우드스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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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우드스탁 페스티벌을 기획한 엘리엇 타이버(오른쪽)의 자전 소설을 영화화한 ‘테이킹 우드스탁’. [데이지엔터테인먼트 제공]

록페스티벌의 계절이다. 록의 열기가 여름을 달구고 있다. 극장가도 예외는 아니다. 록페스티벌의 원조 우드스탁의 열기를, ‘색, 계’ ‘브로크백 마운틴’의 이안 감독이 영상으로 옮겼다. 우드스탁의 기획자인 엘리엇 타이버의 동명의 자전소설이 원작이다. 우드스탁이 탄생하기까지의 여정을 그린 ‘테이킹 우드스탁’이다. 감독은 전작들의 무게감을 잠시 내려놓았다. 스스로 우드스탁을 즐기는 청년이 된듯한 느낌이다. ‘이안 감독의 영화 중 가장 장난기 많은 작품’(영화평론가 리사 케네디)이다.

영화는 관객을, 1969년 8월 15일 미국 뉴욕주 베델 평원에서 3일간 50만 명 젊은이들을 모았던 우드스탁 직전으로 데려간다. 게이 화가지만 좀처럼 부모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소심한 청년 엘리엇(디미트리 마틴). 부모가 운영하는 모텔이 경매에 넘어갈 형편이 되자, 이웃 동네에서 취소된 록페스티벌을 유치키로 한다. 촌동네에 초대형 공연 유치는 만만치 않다. 특히 히피에 대한 거센 반발에 부딪힌다.

우드스탁 영화지만 음악의 비중은 그다지 높지 않다. 무대는 저 멀리 원경으로만 비춰질 뿐이다. 대신 페스티벌에 참여한 젊은이들의 자유분방한 모습, 반전과 평화, 성해방과 성소수자들의 집결 등 억압의 해방구로서 당시 풍경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무엇보다 자기 삶의 주인으로 변해가는 엘리엇에게 초점을 맞춘다. 우드스탁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요청으로 현장통제에 나선 한 경찰은 오히려 페스티벌 현장에서 평화의 수호자로 돌변한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평화적 이벤트’ 우드스탁의 정체이자, 이 영화의 주제다.

시대 속에 ‘인간’의 얼굴을 심는 데 능한 이안 감독은 영화를 청년의 성장드라마로 그려냈다. 인간이 보이는 록페스티벌 영화다. 실제 엘리엇 타이버는 소심한 게이 청년이었으나 우드스탁 이후 인테리어 디자이너·공연기획자·작가로 맹활약했다. 엘리엇을 연기한 디미트리 마틴은 우리에겐 낯선 얼굴이지만, 배우이자 유명 코미디언, 극작가로 다양한 재능을 보여왔다. 감독의 무한 신뢰 속에 캐릭터와 싱크로율 100%의 자연스런 연기를 펼쳤다. 지난해 칸영화제 경쟁부문 출품작이다. 29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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